천안의 동우아파트 라는 곳이 부도가 난지 근 10여년만에 경매가 이루어 졌다. 오랜세월 해결점을 찾지 못하다 보니 우열곡절도 많고, 사연도 많이 생겨 나게 되었다. 가난한 영세민들의 아파트다 보니 , 갖가지 사정 때문에 이사도 자주 다니고, 주소이전도 여러번 한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니였다. 그로인해 천안 법원의 경매에서는 2000세대가 살았던 곳에서 자그마치 400명이 임대 보증금을 날리게 된 것이다.
부도 아파트에 살면서도 주소이전을 못하거나 또는 몇일 차이로 늦게 이전을 하였거나 경매 개시일 전에 주소이전을 하지 않아도 임대차 계약서만 있으면 법적인 보호를 받는줄로 알고 까마득히 잊고 살았던 사람들도 많았다. 못배우시고 나이드신 분들 중에는 무엇을 어떻게 하는 줄을 몰라서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해서 법적인 보호를 못받는 사람들도 있었고, 어떤 분들은 혼자 부도난 아파트에서 10년을 넘게 살아 왔으면서도 가족들 앞으로 주소를 해 놓아야 의료보험을 받을 수 있기에 주소만 가족들앞으로 해 놓았다가 낭패를 보기도 하였다. 가난한 영세민들의 고단한 삶속에서 단 하루의 재판날에 맞추어서 법정에 간다는 것은 너무도 힘겨운 일이 된다는 것을 법을 만든 사람들은 인식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남의 집 살이를 하면서 하루벌어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이 당당하게 하루를 쉬겠다고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해를 못하는 것이리라.
더욱 안타까운 일은 경매가 이루어진 법원에서 벌어졌다. 2000여세대가 살던 곳이라 법원은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재판정을 4군데로 나누어서 배당금 재판을 하게 된 것이다.나이드신 분들은 어떤 곳으로 가서 배당이의 신청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고, 어떤 분들은 자기 차례를 기다리다 지쳐서 잠시 화장실을 간 사이에 재판이 이루어져서 이의신청을 하지 못하게 된 경우도 있었고, 어떤 이들은 밥을 먹으로 간 사이에 또는 잠시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재판이 이루어져서 배당이의 신청을 하지 못하게 된 경우도 있었다.
특히나 어떤 할머니 한 분은 말기 폐암 환자이셨는데, 병원에 입원해서 항암치료를 받느라 배당일에 재판정에 나오지 못해 이의신청을 하지 못했다고 나에게 하소연을 하기도 하였다. 그 할머니는 " 차라리 그 임대보증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라도 하면 이렇게 억울하지 않을 텐데 강제로 빼앗아 가는 꼴이라서 화가 난다니까!" 라고 하시면서 분통을 터트리셨다.
법정에서 이의신청을 하지 못하면 배당금을을 받을 수 있는 여지도 완전히 사라진다는 나의 말에 할머니 몇분은 너무도 억울하다면서 국민은행을 찾아가서 난리를 치자고 아우성을 치셨고, 법원경매계에 가서 항의를 하며 담당 판사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해서 겨우 판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판사는 개개인의 사정은 법적으로 어찌 할 수가 없다면서,재판당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분들은 이의를 제기 할 수없노라고 답변을 하였다. 400명의 임차인들이 배당금을 받지 못해서 결국 국민은행은 40억원을 이 사람들에게서 빼앗아 가게 된 것이다.
400여명의 사람들 중에 그나마 100여명이 배당이의 신청을 판사앞에서 하였지만, 그나마 그들도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을지는 미지수 라고 경매계에서는 말을 하였다. 그들이 임대보증금을 냈다는 임대차 계약서가 분명히 존재하건만,경매기일전에 주소이전을 하였거나 주소를 옮겨놓치 못했다는 이유로 그들의 전재산이나 마찬가지인 보증금을 국민은행에 모두 빼앗기게 생긴것이다. 더구나 재판부에서 배당금을 돌려 줘야 마땅하다고 배당을 한 사람들마져 국민은행쪽에서 이의제기를 하는 바람에 배당금을 받지 못하게 되기도 하였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지켜 보면서 국민은행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못된 짓을 하는 사람들이 국민은핸 관계자들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그들은 법적으로 정당한 집행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을 하면서 집행을 하는 것이지만, 누구라도 억울하게 임대보증금을 빼앗기는 처지라는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 그런 행동을 한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이번 동우아파트 사태의 책임은 사실 전적으로 국민은행쪽에서 책임을 져야할 일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국민은행은 부실한 건설업체였던 동우건설의 갖가지 로비에 의해 막대한 돈을 대출해 주었고 건설업자는 상당양의 재산을 빼돌린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 하였었다. 이렇게 만든 책임을 국민은행이 전적으로 져야 하건만 국민은행은 한치의 손해도 없이 대출금을 전액 회수하려고 하고 있고, 결국 400여세대의 임대보증금을 국민은행이 법이라는 무기를 이용하여 강제로 빼앗아 가는 꼴이 된 것이다.
더구나 억울한 사람들이라고 판단되어 배당금을 지급하라고 한 판사의 판결마져 이의를 제기하는 행태는 거대한 배에 불을 질러놓고 수많은 사람들을 타죽게 만들고 나서,간신히 빠져 나온 사람들을 다시 불타는 곳으로 집어 넣는 짓을 하는 만행과 다를바 없다는 것이다. 마치 바리새인들이 율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안식일날에 아무것도 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구덩이에 빠진 사람조차 구해줘서는 안된다고 하는 것처럼, 법의 맹점을 이용하여 임대보증금을 강제로 빼앗아 가려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법이라는 것은 언제나 똑똑하고 잘 난 사람들만을 위해 존재한다. 무지하거나 힘이 없거나 어려운 환경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에게는 고통만 안겨주는 것이 법이라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법을 만들 때에 언제나 기둑권자들을 먼저 배려하고 기득권자들의 입장에서 만들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억울함을 하소연 하는 것을 보면서 하루빨리 잘못된 법이 고쳐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잘못을 자행할 수밖에 없는 사회속에서 살아가아 하는 국민은행 관계자들도 어찌보면 잘못된 법의 희생양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자식앞에서 남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이 나라에서 살아남으려면 죄악을 당연시 하고 자행해야 하는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인간의 삶을 누가 해결해 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