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형희 인생칼럼

지네 부부 일심동체ㅡ지네에게 물릴뻔 하다 지네의 사랑이야기

by 골동품나라 밴드 리더 2024. 10. 19.
넓은 곳으로 이사를 갔다 백여 년 가까이 된 옛날 기와집이였는데 기와지붕을 뜯어내고 양철 지붕으로 새로  올린 집이였는데 집이 넓어서 이 집으로 이사를 한 것이다

수 많은 세월을 지나 오면서 수많은 동식물들의 안식처가 되었을 것이다ㆍ

바닥에 널려 있는 옛날 기왓장을 하나 집어 들고 보니 족히 30cm는 될만한 아주 커다란 독기를  잔뜩 품고 있는 듯 강철 같은 커다란 지네가 주위를 살피면서 도망가고 있었다

원래 살생을 좋아하지 않지만 독이 워낙 많은 지네 인지라 망설이다가 살생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나무 떼기로 여러 번 내리쳐도 워낙 강하고 큰 지네인 탓인지 죽지를 아니 했다

결국 여러 토막을 내 놓은 다음에 그것을 땅속에 묻었다ㆍ 마음은 편치 않았지만 왠지 지네가 이 집에 굉장히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ㆍ

하루 종일 집안 정리를 하고 피곤해서 일찍 잠이 들었는데 꿈결인지 현실인지 몽롱한 상태에서 얼굴에 깨름직 한 무엇이 찰싹 달라 붙어 기어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잠결에 나는 손으로 그것을 얼른 내리쳤는데 불 켜고 찾아보니 아침에 잡아 죽인 지네 보다 훨씬 더 큰 왕지네가 기어하고 있었다

무슨 뱀 같았다 ㆍ 지네 한 마리 죽일 때도 찝찝했는데 또 다시  살생을 했다

그리고 여기저기 방 안에 뚫려 있는 공간을 테이프로 막고 에프킬라를 뿌렸다

잠이 오지 않았다 얼굴에는 지네가 스치고 간 약간의 독이 묻어 있는지 따가웠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내가 죽인 두 마리에 지네는 한 쌍의 부부였던 것일수가 있었다ㆍ 지네는 부부 생활을 한다고 하였다

아마도 자기 짝을 잃은 지네를 찾아 헤매이다가 자기 짝의 냄새가 지네를 맨손으로 만진 내 몸에서 나고 있으니까 내 몸에 올라탄 것이리라

이렇게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미물들도 정이 돈독하고 의리가 있는데 우리네 인간들은 억겁의 인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배신하고 미워하고 질투하고 공격하고 철천지원수가 되기도 한다

바람따라 흘러가는데 무엇이 밉고 무엇이 미련이 남으리요 지네처럼 그냥 사랑하다가 사랑만 하다가 떠나자







'김형희 인생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뉴월에 서리가 내리는 이유 ? 아시나요?..  (0) 2024.10.21
신기루  (0) 2024.10.20
조삼모사 -김형희칼럼  (0) 2024.10.19
인생  (4) 2024.10.19
너를 보아라 ㅡ김형희ㅡ  (0) 2024.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