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도를 하겠다고 마음 먹는 순간, 나에게 있어 기도란 형식일 뿐이다.
기도를 시작하는 순간 나는 이미 기도의 노예가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이렇듯 저렇듯 주절대는 내 기도는 정해진 대본을 읽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누구를 위한 기도, 무엇을 바라는 기도, 마음 먹고 토해내는 나의 기도는 기도가 아니라
나의 욕망의 분출이다.
기도란 주님이 가르쳐 주신 그 기도문을 그대로 읍조리는 것도 아니다...
성경의 가르침대로 행하면서 교회에서 배운 대로 신실한 자의 기도소리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다.
기도란 기도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하는 것이 아니다.......
기도란 나의 절규이다. 놀라운 광경이 벌어지는 사건이다.
가슴속까지 날카로운 비수로 파헤치는 주님의
깨우침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반응이다..
그리고 절규하듯이 해야지 하고 기도하는 것도 또한 기도가 아니다.
주여 ! 나를 떠나소서!....차마 얼굴을 들지 못하는 죄인된 자의 절규이다.
기도란 바울을 따라 행하는 것도 아닌, 믿음좋은 목사의 본을 받는 것도 아닌, 내 심령에서 터져 나오는
아픔을 견뎌내지 못해 절규하는 것이다.
누가 나를 가르치랴!.... 오직 예수 외에 누가 나의 입을 열게 하랴.....
누가 내 심령을 일깨우랴..... 오직 예수 외에 누가 믿음이 무엇인지 알게 하랴...
누가 내 입을 열어 기도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게 만들 수 있으랴.....
믿음있는 목사도, 내 불타는 열정도, 산을 벗삼아 고행하는 수도자도
나에게 있어 바람에 나부끼는 티끌과 같으니......
누가 내 입을 열게 하랴.......
내가 입을 열어 절규하지 않는 기도란 형식일 뿐이다. 그 형식에 젖은 기도에 절규할 수 밖에
없는 기도자가 있다. 교회에 가지 않아도 두려움이 없고 목사를 의지하지 않아도 걱정이 없으며,
성경책을 보지 않아도 회개가 터져 나오며, 기도를 하고자 하지 않아도 기도가 터져 나오는 신앙이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인간의 계획과 뜻과 열정이 아닌, 주님의 은혜일 것이다.
세상의 형식에 죽기살기로 매달려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주님앞에 옆드리지 않을 수가
없어서 기도소리가 터져 나온다.....벌레만도 못한 인간에게 다가오신 주님앞에 그져 주여 ! ....................
라는 탄식이 터져 나올 뿐이다.....주여!........
" 그런즉 내게는 우리 주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아무것도 자랑 할 것이 없습니다." [갈라디아서 6장 1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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