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의학이란 무엇신가? 1 편 ㅡ펌글 ㅡ
- 전홍준 / 前 조선대 의대교수.
지금 인류의 대부분이 진실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신념 중에 '특정병인설'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특정병인설이란 모든 질병에는 특정한 원인이 있으니 그 원인을 찾아내서 제거해야 병이 낫는다는 이론입니다. 예를 들어 세균감염병의 경우, 그 병을 일으키는 원인균을 찾아내서 그 균을 죽일 수 있는 항생제와 같은 화학약품을 써야 병이 낫는다는 생각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이론은 일면 너무나 당연한 듯이 보이지만 여기에 반대하는 의사그룹도 꽤 많습니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20세기 초 코호라는 의학자가 콜레라균을 발견하고, 콜레라는 콜레라균에 감염됨으로써 발병한다는 세균병인설을 주장했습니다. 그때 코호 못지 않게 위대한 학자로 인정받고 있던 페텐코우퍼나 메치니코프 같은 의사들은 이 이론에 반대했습니다.
이들은 콜레라로 사망한 환자의 배설물에서 추출한 콜레라균 수백만 개를 컵에 담아가지고 자기 동료들과 함께 대중 앞에서 직접 먹어 보이 는 실험을 했습니다. 콜레라균이 몸에 들어온다고 해서 꼭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자신들의 몸으로 생체실험을 했던 것이지요.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이들 실험자들 전원의 대변에서 콜레라균이 검출되었습니다. 그러나 몇 사람만 가벼운 설사를 일으켰을 뿐 단 한사람도 콜레라 환자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실험실 내의 연구와 현실세계는 명백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파스퇴르나 코호가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연구결과가 자연계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셈이지요.
병을 일으키는 데 있어서 세균이 하나의 부분적인 원인이 될 수는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심리상태, 영양상태, 노동조건, 전신의 면역력, 체질적 요인, 나이 등 더 많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의 감수성을 결정한다는 것이지요.
콜레라균을 직접 먹어 보인 의학자들의 생체실험으로 코호나 파스퇴르의 세균병인설은 오류임이 증명된 셈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 세균병인설은 백년이 된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서양의학의 중심사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오류를 증명한 학자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반면 코호나 파스퇴르 같은 세균학자들은 위대한 의학자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이것은 당시 19세기 말 20세기 초 유럽의 정치경제적 상황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당시 유럽은 자본주의의 모순이 드러나기 시작하던 때라 계층간의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따라서 소외받던 절대 다수 대중들의 생활은 비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과로에, 영양실조에, 생활환경조차 너무 열악하여 영아사망률도 높았고 평균수명은 40세가 채 못되었습니다. 당연히 폭동과 같은 대중저항이 그칠 새 없이 일어났습니다.
'세균이 병을 일으킨다'는 세균병인설이 등장한 것은 바로 이때였습니다. 이것은 당시 지배계층의 통치논리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즉 정치나 경제가 잘못되어 질병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세균이 병을 만들어내는 것이니까 병에 걸리는 것은 세균 탓이거나, 혹은 세균에 노출된 개인에게로 그 책임을 떠넘기면 그만이었으니까요.
의학이라는 것이 건강과 질병에 대한 생물학적 진실들만 축적되어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발전해왔을 것이라는 믿음은 환상에 불과합니다. 다른 학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의학 역시 그 시대의 정치, 경제, 문화, 종교, 생활양식과 같은 사회적 요인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한 시대의 의학을 잘 살펴보면 그 시대 사람들의 삶에 대한 모든 조건과 상황들이 다 들어있습니다.
사람들의 의식, 문명, 사회경제적 조건들이 바뀌어감에 따라 의학의 모양도 그 조건대로 틀림없이 바뀌게 됩니다. 오늘날 첨단 의료장비와 선진적인 의약품들이 정신없이 빠른 속도로 새롭게 개발되어 나오는 것은 의학자들의 순수한 의학탐구의 결과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된 데는 제약회사나 의료장비회사들의 자본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첨단 의료장비나 선진적 의약품의 등장이 꼭 참된 의학발전의 지표가 될 수는 없다는 말이지요.
아무튼 근래에 와서 앞서 말한 특정병인설에 반대하고 나서는 의학자들의 움직임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예방접종에 대한 일부 의사들의 반대운동이 그 하나의 예가 됩니다. 특정한 세균이 병을 일으킨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므로 세균을 찾아내서 병을 치료하겠다는 생각은 잘못되었고, 따라서 세균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기 위한 예방접종은 불필요하다는 것이지요.
특히, 이들 특정병인설 반대론자들은 세균질환이 아닌 암, 고혈압, 심장병 같은 만성 퇴행성 질환에까지 특정병인설을 적용하여 특정한 한두 개의 원인을 찾아내서 치료하겠다는 태도에 대해 크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생체를 여러개의 부속품들로 조립된 기계처럼 이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세포가 모여서 생체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생체 그대로가 하나의 단위이므로 이를 분해하고 분석하자마자 생체로서의 특질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항상 생체 전체로서 관찰할 수밖에 없고, 설령 생체를 분해하고 분석해서 어떤 뛰어난 생물학적 자료를 얻어냈다 하더라도 그것으로는 전체로서의 생명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간염환자의 간에서 감염 바이러스를 확인했다고 해서 그것만 가지고 그 환자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감염 바이러스의 검출이 부분적인 참고자료는 될 수 있겠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그 환자의 심리와 생리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입니다.
요즘 가장 문제시되는 암 치료법에 대해서도 의사들 사이에는 서로 다른 견해가 맞서 있습니다. 수술이나 항암제, 방사선 치료, 면역요법 같은 정통적인 치료방법에 동의하는 의사들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편에 서있는 의사들도 상당합니다.
몇해 전 일본의 암치료 전문의사인 곤도 교수가 발표한《암을 건드리지 말라》라는 책은 그래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곤도 교수의 입장에서는 기계 부속품 수리하듯 암을 잘라내는 일은 생체를 전체로서 이해하지 못한 소치라는 것이지요.
대체의료가 나오게 되고 이것이 대중들의 선호를 받게 되는 이유는 기계론이나 특정병인설의 약점과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들은 수술이나 화학약품 같은 공격적인 방법을 가급적이면 사용하지 않고 자연스런 방법을 써서 자연치유능력을 발현시킴으로써 전체적 조화를 도모하고자 합니다. 질병만 치료한다기보다는 인간을 전체적으로 치료한다는 개념이지요.
의학은 신념체계다
서양의학의 영역을 벗어나 다른 여러가지 의학체계나 치료방법들을 두루 살펴보면 그야말로 천차만별입니다. 물론 동양의학은 서양의학과는 아주 다른 차원에서 출발하고 있으므로 같은 질병에 대한 치료방법도 당연히 다르리라는 것을 우리는 대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동양의학인데도 중국의 전통의학과 인도의 전통의학은 그 내용이 상당히 다릅니다. 이런 점들을 보면 결국 어느 문화권이나 나름대로 독특한 전통의학을 가지고 있고 이런 전통의학들은 현대에도 그 문화권의 틀 안에서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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