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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희 인생칼럼

씁쓸한 사랑 ㅡ 단편 소설ㅡ

by 골동품나라 밴드 리더 2024. 1. 15.
씁쓸한 사랑

씁쓸한 사랑 ㅡ 단편 소설ㅡ

헉헉대는 소리와 함께 침대는 삐걱거리고 있었다 ㆍ뜨거운 여름밤 에어컨은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음에도 방안은 두 사람의 뜨끈뜨끈한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마지막 발악을 하듯이 괴성을 지르면서 허 사장이 여인의 몸에서 죽은 듯이 미끄러져   내려 왔다
.
언제나 그랬듯이 허사장은 허무함이 몰려왔다 ㆍ 욕망으로 가득 찬 인간들만 존재하는 곳에서 저  여인은 한낱 암캐에에 불과한 것이였으며 남자라서 참을 수 없었던 본능 때문에 교미를 한 것이 였다고 생각하였다ㆍ

오늘은 허 사장의 생일이다  생일이 다가오면 눈물부터 쏟아지는 것이 허사장이다 ㆍ 술주정뱅이 아버지에게 곱디 고운 어머니가 온몸이 멍이 들도록 매를 맞아야 했던 그 시절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나이 어린 그는 어머니가 매를 맞는 것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러고도 부엌 한  켠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밥을 지으시고 꽁보리밥에 간장 중지 한 그릇만 내놓으시던 ㆍ 어머니

아들아 미안하다

맛있는 것을 해 주지도 못해서

미안하구나


애처로운 눈빛으로 아들을 바라보던 어머니의 그 얼굴이 허 사장의 생일 날이면 눈앞에서 떠나지를 않는 것이다

허 사장은 피눈물을 흘려야 할만큼 지독한 가난 속에서 살아가시던 어머니와 자신의 비참한 모습속에서  이렇게 사는 건 사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무작정 가출을 했다 꼭 성공해서 어머니의 눈물을 웃음으로 바꿔 드리겠다고 다짐을 하고 집을 떠난 것이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을 했고 10원 한 장 쓰지 않는 수전노처럼 살아 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조건 스스로 모든 걸 해결했고 그런 속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려고 노력했고 남는 시간 있으면 책을 읽었다

돈이 모아지면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알려진 물장사 술장사를 하였는데 뛰어난 지략가 입담  아부와 처세술로 동네 건달들을 잘 이용해 먹을 수가 있었다 ㆍ

그리고 돈이 돈을 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문어발 식으로 가게를 여기저기 확장해 나갔다 ㆍ 이제는 남부럽지 않은 떵떵거리고 살 수 있는 부자가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사랑하던 어머니는 영원히 자신 곁에서 떠나가 버린 것이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돈을 벌면 어머니와 함께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는데 어머님은 기다리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간 것이다

기다리라는 말은 해서는 안될 말이라는 것을 어머니가 떠나가신 후에야 알게 되었다


오직 돈을 벌기 위해서 시간이 아까워서 돈이 아까워서 여자도 만나지 않았고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살아 왔다 중년을 넘어서고 보니 형제와 친척들은 장가를 가라고 맞선을 보라고 안달이 났고 혼자 남겨진 자의 외로움을 이겨보고 자 맞선을 보기도 하였다

세상의  이치와 인간의  본능과 욕망을 뻔히 알고 있는 허사장 어둠의 세계에서 살아남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들의 욕망을 꿰툻고 있었기 때문이다 ㆍ

그동안 자신에게 다가왔던 모든 인간들은 욕망덩어리 들이었다 오로지 돈과 자기 이익을 위해서 자신과의 관계를 가지는 존재였다는 것을 잘알고 있었다

아무도 믿을 수가 없었다 맞선을 보던 여인들은 모두 물질적 탐욕 때문에 자신에게 다가온 것이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생각으로 맛선을 보니 여인들의 얼굴이 교활한 뱀처럼 보일 뿐이었다

아무도 믿지 못하는 세상 결국 허 사장은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도 믿지 못하게 되었다  자신에게 유일한 희망이고 가장 깨끗하고 아름다웠던 어머니가 떠난 이후로 한 번도 여자다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망망대해 그 위에서 혼자 남겨진 외로움과 슬픔 그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ㆍㆍㆍ 생일 날이 되면 자신을 낳아준 어머님이 떠오르면서 극심한 슬픔이 몰려왔다

생일날 만큼은 위선으로 가득 찬 인간들의 말을 듣기 싫어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격렬한 섹스를 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가슴 속에 가득 들어찬 지독한 외로움과 슬픔이 자신의 목을 조여 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이쁘고 말 잘 듣고 소문 내지 않을 것 같은 참한 여인을 눈여겨봐 두었다가 많은 돈을 주고 하룻밤 함께 해 달라고 해서 생일 날만 되면 몇 번씩이나 연애를 하는 것이다

허 사장은 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누구보다 더 간절한 사랑을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허 사장의 뇌리 속에는 모든 인간은 탐욕 덩어리라는 인식이 깊게 박혀 있기 때문에 어떤 여인도 사랑할 수가 없다

사랑스런 여인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되더라도 그녀의 모든 것을 가지게 되는 순간 그녀가 욕망 덩어리로 순식간에 변질되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그런 인식이 박혀 있기 때문에 그 여인의 말과 행동이 그 바탕 위에서 행동하고 말을 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사랑을 할 수 없었고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던 허 사장이 밤새 함께 있었던 그녀를 차에 태우고 자신이 운영하는 바벨탑이라는 노래 클럽으로  되돌아갔다ㆍ


그녀와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 허 사장도 교활한 눈빛으로  미소를 지을 것이다ㆍㆍ 어차피 세상은 그렇고 그런 곳이니까



ㅡ 김형희 단편 소설 ㅡ2019  12 ㆍ 6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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