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년 째 고민이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알 수가 없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내가 고심하고 있는 것은 과연 아이를 낳아야 할까, 아니면 말아야 할까 라는 문제이다. 십여년전 궁핍한 삶속에서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가던 시절에 원하지 않던 아이가 생기자 아내는 낙태를 하였다. 아이를 지우고 나서 엉엉 대고 울던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임신을 하지 못하도록 어떤 조취도 취하지 않은 채 부부생활을 한다는 것은 실로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행여 또 다시 아내가 임신을 한다면 어떡 할 것인가 ? 그리하여 또다시 임신중절을 한다면 아내가 얼마나 힘들 것인가?. 이런 염려가 내 마음을 쉴새 없이 짓눌러 결국 정관수술을 하였다.
아내는 내가 정관 수술을 한다고 하자 정색을 하며 절대 하지 말라고 몇번이나 당부를 하였었다. 그러나 내 마음이 편치 않으니, 내 성격상 그것을 참고 견디며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였고, 결국 아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정관수술을 해버렸다.
정관수술을 받기 전 의사에게 장관수술의 부작용이 없느냐고 물어보니 " 의사는 " 절대 부작용이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라고 말을 하였다. 물어 볼 사람에게 물어 보아야지, 과일장사에게 이 과일 맛있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질문이였음을 정관수술의 부작용에 대하여 전문지식을 알아보고 나서 알게 되었다.
아내는 아이들을 너무도 이뻐한다. 아이가 너무 이뻐서 아이를 하나 더 낳고 싶기는 한데, 산다는 것이 그리 녹녹치 만은 않은 일이기에 아내는 낳은 아이 키우는 문제와 아이가 주는 행복사이에서 깊은 고민과 번뇌의 마음이 교차 하였기에 나보고 정관수술을 하지 말라고 당부 하였던 것이리라.
어려운 형편을 생각하여 아이를 지운 아내 였지만 요즘은 나이가 들어 아이를 가질 능력과 기회가 점차 줄어 든다는 잠재의식 강하게 발동하는 것인지 아이를 한명 가지고 싶다는 마음을 자주 내비친다.
자신의 분신을 이 땅에 남기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 강한 성욕으로 발현되는 것 같다. 어쩌면 담배를 끊는 것보다도 더욱 어려운 일이 성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성욕을 억제 하고 일생을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 인간을 이 땅에서 번성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주체 할길 없는 성적욕망 때문에 얼마나 많은 수도자들과 철학자들이 번뇌를 하였던가?. 나또한 그런 몰골이 싫어서 거세를 하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였다. 내 마음의 평정심을 무너 뜨리고 한 낱 보잘것 없는 동물처럼 변하는 내 모습이 싫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인식하고 받아 들여야 한다.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보잘것 없는 존재인지 깨우치지 않고서는 끊임없이 타오르는 욕망이 부질없는 물거품인지 깨우치지를 못하고 권력과 재물에 집착하는 욕망의 노예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이를 낳고자 하는 것도 욕망이며 낳치 않으려는 것도 욕망이다. 그러니 이 둘의 욕망사이에서 번뇌하는 것도 욕망의 일부분이리라.
아이를 낳고픈 욕망 때문에 정관수술을 한 것을 원상태로 돌려 놓으려고 알아보니, 보험적용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120만원 정도가 들어 간다고 하였다. 너무 비싼 수술비가 또다시 나를 번뇌케 하였다. 그러나 아이를 낳는 것이 진정 올바른 일인지 정확한 확신이 든다면 비용은 문제 꺼리가 될 수없다.
아니 어쩌면 정관수술의 부작용이 내 몸에서 나타나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 정관복원수술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 일으키는 작용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내와의 성관계시 정관이 막혀 빠져 나오지 못한 정자들은 몸속의 노폐물로 남겨져 자가항체를 만들어 우리 몸을 공격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몇년 전부터 오른쪽 허리쪽에 통증이 나타나고 차가운 기운이 돌았다. 아마도 죽은 정자들이 혈관을 막아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여지며, 사혈을 하면 한 몇달 정도는 그 증상이 사라진다.
아직도 많은 날들 동안 부부관계를 할 날들이 남아 있다보니, 계속해서 내 몸을 오염 시키는 일을 하기가 싫고 기혈을 자연적으로 원할하게 잘 흐르도록 하고 싶어서 나는 정관복원술을 하고 싶은 것이고, 그로 인하여 아이가 생기면 귀여운 아기를 보면서 내 기쁨을 찾고자 하는 욕망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마음이 모두 내 자신만을 위하는 욕망의 발로 라는 것이 나를 부끄럽게 하여 번뇌를 일으키는 것이다. 내 즐거움을 위하여 행하는 일들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고통을 안겨 준다면 그것은 죄악이리라..
너무 오래 고민을 한 것 같다. 이제 고민과 번뇌에서 벗어나서 자유를 누리며 살고 싶다. 자연을 역행하는 짓을 자행한 댓가를 내가 돌려 받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낳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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