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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희 인생칼럼

인연

by 골동품나라 밴드 리더 2015. 12. 24.

 

인연

 

 

죽음의 끝자락에 서있는 심정으로 살던 때가 있었다. 죽음 이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런 나날들 속에서....삶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면 도저히 견딜 수없을 것 같았다...

 

수많은 책을 읽고 또 읽고... 성격책도 수도 없이 읽어 보았지만.... 나의 정체성을 찾지를 못하던 때였다...

 

 

어느날.....누군가  쓴 책을 통하여....내가 얼마나 교만스럽고 파렴치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 중인지 현실을 깨우치게 되었는데, 바로 그 누군가가 쓴 글처럼 또다시 나의 죄악을 일깨워 주는 글을 또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런데  그 글을 쓴 사람이   연세가 칠십이 한참 넘은 분이였다는 사실에 또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자유로운 영혼으로 그 누구에게 매이지 않고 독립된 신앙생활을 하는 분이 셨다..

 

그렇게 인연이 맺어 졌는데  그 때가 어느덧 20여년이 다 되어 간다... 선생님은 나를  친자식처럼 생각하셨다. 자식이 없었던 때문이기도 하였겠지만, 그 보다는 선생님의 뜻을 이해 해 주는 내가 영혼의 자식이라고 생각하였는지도 모르겠다... 머나먼 길을 마다 하지 않고 자주 나를 만나러 오셨는데, 그 열정에  나는 탄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느 덧 세월이 흘러.... 그 분이 돌아 가셨고, 선생님의 부인만 남겨 지셨는데, 어쩌다 생각이 나면 찾아 뵙는 것이 전부 였다. 사모님도 나를 친 자식처럼 생각해 주셨건만, 나는 부모님처럼 대하지 아니했다. 어느날 인가 사모님을 찾아 뵈었을 때 지나가는 말처럼 나에게 말씀 하셨다....

 

 

이제 나이가 먹어서 혼자 사는 것이 무섭고 힘들어서 땅을 팔고 재산을 정리해서 다른 곳에 가서 살고 싶다고 하시면서  내가 좋다면 함께 시골에 가서 살고 싶기도 하다고....재산을 정리하면 어느 정도 큰 돈이 될 수 있겠지만 ......

 

 

나는 그 말씀을 들은체 만체 하였다.. 그것이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였다...결국 사모님은 혼자 사시다가  재산을 정리하지도 못하시고 어느날 요양원으로 들어 가셨다...그곳에 찾아 뵈었더니...마음이 아파왔다..평생을 열정적으로 자기 희생을 하며 살아온 분이 나이가 들어서는 결국 쓸쓸한 모습으로 전락하게된 그 모습이 결국 나의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얼마전 다시 찾아 뵈었더니 요양원이 아닌 병원에 입원해 계셨다...양약을 절대 드시면 안된다고 그렇게 말씀 드렸는데도 병에 대한 걱정 때문에 계속 드시다가 결국 심각한 자가면역질환이 나타난 것이다....

 

사모님 모습을 뵈니 뼈만 앙상하게 남으셨다. 소화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양약을 계속 드시니, 점차 기력은 떨어질 것이고 어쩌면 얼마 사시지 못하시고 돌아 가실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분을 나는 외면하였다... 그져 나만 잘먹고 잘살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아 간다...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없는 존재......  그리하여 날마다 스스로를 부정하면서 살아 갈 수 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다음은 내 차례가 될 것이다.... 내가 외면한 분들 처럼, 나또한 외면 받으면서 살다가 떠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