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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희 인생칼럼

가을연가

by 골동품나라 밴드 리더 2020. 12. 12.

가을연가

                                                                                                                                    김형희

땅거미 지는 해질녁 황량한 벌판에 소년이 울고 있습니다.

소년이 왜 우는지 나무위에 소리를 질러대는 까치는 모르고,

멀리 숨어 소년을 지켜 보는 들고양이도 알 수 없습니다.

 

까만 어두움이 몰려오는 때문인지, 허허로운 벌판이 삭막해서인지,

갈바람이 소년의 마음을 차가웁게 만든 것인지, 떨어지는

낙엽도 알지 못합니다.

소년은 걸어 갑니다.

스산한 바람을 잔뜩 맞으며... 우뚝 서있는 바위덩어리가 있습니다.

옆에 커다랗기만한 동굴이 소년을 집어 삼킬 듯 서 있습니다.

소년의 눈이 놀라움에 커다랗게 변하였는지,
두려움에 어깨가 움추러 들었는지
바위덩어리는 모릅니다.

버석버석 동굴속으로 걸어 갔습니다. 소년이 그 안에서 무엇을 하였는지도 모릅니다.

황금박쥐는 소년을 보았을까요? 귀뚜라미가 소리를 지르자 ,소년은 스스륵

잠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세찬 갈바람이 아침을 몰고 왔습니다.
소년이 터벅터벅 힘없이 걸어 나옵니다.

밤새 무슨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가을 바람이 밤이새도록 소년에게 다가가려
애를 썼다는 것 밖에는, 알지 못합니다.

왜 소년이 변하였는지를 모릅니다. 허연 머리카락,
깊게 패인 얼굴 잔상, 과묵한 얼굴로 먼 산을 바라보게 되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밤새 갈바람이 스산하게 울고 있었던 것은 알고 있습니다.

텅빈 들판이 그토록 커다랬는지, 지푸라기들이
가을을 슬프도록 만들 수 있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져 많은 세월이 소년의 하룻밤
꿈속에서 스쳐 지나갔다는 것을

그 사람의 늙어버린 얼굴 보며 짐작할 뿐입니다.

노래를 불러봐도 먼 산을 쳐다봐도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몸서리 쳐지는데 ,

갈바람에 세월만 떠밀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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