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느냐 죽느냐 살리느냐 죽이느냐
옛날에 고려장이라는 제도가 있었다고 한다ㆍ 부모가 나이가 먹으면 산채로 땅에 묻고 오는 관습인데 나는 어렸을 때 이런 관습이 너무 비인간적이고 매정하고 인간말종의 말조차 꺼내기 싫은 아주 나쁜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이가 들다 보니 그 생각이 바뀌었다
부모에 대한 효심이 지극하고 사랑과 정이 넘치는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만 10년 병간호에 효자는 있을 수 없다는 말처럼 부모로 인해 자식들의 삶이 너무나 고통스러울 수 있다면 자식들은 언제든지 부모를 버릴 수 있으며 부모를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는 것이다
늙고 병든 부모는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귀찮고 불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ㆍ
언젠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사람을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오게 한 적이 있었는데 연세가 많은 그 분이 살아나면 자식들은 그 뒤치다꺼리 와 병원비 생활비 등으로 너무나 고통스럽게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어 자식들도 고민이 많아 보였다ㆍ
가족과 친척들은 모두 환자가 세상을 떠나는게 옳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살만큼 살았으니 이제는 떠나주는게 가족도 위하고 본인도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천년만년 사는 것도 아닌데 그냥 떠날 때가 되면 떠나는 것이 좋은 일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나이가 젊든 아니면 살만큼 살았던간에 떠날 때가 되면 떠나게 내버려 두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요즘은 자주 하게 된다
심장마비 환자를 살리고 협심증 환자를 살리고 자살하는 사람을 살리고 우울증 환자를 살리고 암환자를 살리고 이런저런 사람을 살리고 살려보려고 애를 써 봤지만
살아도 후회 죽어도 후회
이제는 그런 것에 집착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들이 죽던지 살던지 나는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없다
그들이 간절히 원한다면 도와주려고 노력해야 하겠지만 원치 않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순간순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선택하고 행동하고 길을 가면 된다ㆍ사느냐 죽느냐 살든지 죽든지 그것은 다 자연의 이치 대로 흘러간다
인생도 사랑도 죽음도 물처럼 바람처럼 흘러간다ㆍ바람이 머물다 간 그곳에 남은 것은 또다른 바람이었다
죽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죽어야 하는데 죽지 않는 것이 나쁜 것이다
죽어 버린 것은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고 죽는 것도 기쁜 일이다
죽어야 할 때 죽는 것 그것이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