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형희 인생칼럼

죽음을 꿈꾸는 나의 아내..

by 골동품나라 밴드 리더 2007. 8. 28.
아내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불안증과 강박증이 심해져서 우울증으로 까지 전이되자 ,매일매일 눈물로 하루하루를 지새우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두 눈은 충혈로 빨개지고 허수아비 마냥 하루 온종일 텔레비젼만을 보다가 울다가를 되풀이를 하였다. 그 병세가 자그만치 일년여가 다 되어가자 아내의 몸은 연한 물렁살로 변하고 얼굴에는 기미가 잔뜩 끼지 시작했다.

긴병에 효자 없다고 나도 지쳐가지 시작했다.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참고 열심히 몸을 움직이라고 성화를 해대지만 결국엔 눈물앞에 내가 항복을 하고 만다. 그나마 사정 사정 해서 아주 어렵게 산행을 하거나, 과일장사 고추장사를 함께 다닐 수가 있어서 간신히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였다..

   
그런데 이런 아내가 자꾸 되풀이 하는 말이 있으니, " 죽고 싶다" 라는 고백이였다. 멀쩡한 몸을 가지고도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고 맛잇는 것을 해주지도 못하고 집나간 아이들처럼 방치하는 것을 본인 스스로 용서를 할 수없다는 이유 떄문에 더욱 마음이 아파했으며, 하루종일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한 증세를 견디는 것이 너무도 고통스럽다는 것이였다.

아내는 언제나 남들 앞에서 자신이야 말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삶을 살았었다. 가난하고 볼품없는 삶을 살지만, 건강한 아이들과 남편이 있으니 더 바랄것이 없다고 하면서 행복한 삶을 산다고 자랑하던 사람이였다. 그런데 단 한번의 교통사고로 인해 자신이야 말로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내는 우울증으로 자살한 유명 여배우의 자살소식을 접하고는 도대체 그런 사람들을 이해 할 수없노라고 하면서 죽을 마음으로 열심히 살지 뭐하려 죽는지 답답하다고 하였었다.그런 아내가 현실을 견지디 못하고 죽음을 택한 사람들을 이제는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도 그들처럼 죽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다고 하였다.

제발 죽어서라도 마음의 고통이 사라지게 하고 싶다는 바램을 쉴사이 없이 피력하는 것이였다.이런 아내를 보면서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하느냐고 호통을 치기도 하였지만, 그녀 옆에서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낸 나는 그녀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었다.결코 쓸데없는 거짓말을 할 아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였다..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그토록 사랑하던 자식들을 내버리고 죽기를 소원할까?..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이런 아내를 보고 그 입에서는 이해 할수 없다는 말들만이 무성하게 터져 나왔다. 마음만 바꾸면 될 것을 왜그러느냐고 질타했다. 장모님도 아내에게 도저히 이해 할 수없노라고 하면서 야단을 치고 처남도 누나가 누나 자신만을 생각한다고 하면서 야단을 쳤다.시어머니도 집에서 꼼짝않고 가만히 있다보니 병이 고쳐지지 않는 것이지 다른 것이 아니라면서 며느리를 나무라는 식으로 대하셨고 주변 사람들 모두가 그런 눈으로 바라 보았다.

아내는 로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로또에 당첨이라도 돼서 자신이 가족을 위해 하지 못하는 일을 돈으로도 메꿀 수있다면 좋겠다는 것이였다. 몇번을 구매 하였지만, 꼴등이라도 된적이 없다. 이런 아내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길은 아내의 마음이 되는 수밖에 없다. 우리네 인간들은 언제나 알지도 못하면서 남을 판단하는 우를 범하는 악한 인생들이다.주어진 현실에 만족할 수없어서 고통에 신음하는 아내에게 내가 해줄것은 아무것도 없다.차라리 암이라도 걸려으면 더 좋겠다고 말하는 아내를 보면서 마음에 병이 육체의 병보다 더욱 위험하고 고치기 힘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몸에서 기쁨의 물질이 나오지 못한다면 살아 있으나 죽어있는 것과 다를바 없다는 것을 고통속에 시달리는 아내를 보면서 깨달았다..주어진 현실에 자족할 수없는 마음으로는 인간은 불행 할 수 밖에 없는 인생의 연속이리라.인간이 스스로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존재라면 내일일을 알 수없는 길가의 들풀보다 나은 것이 없는 무익한 존재일 뿐이다. 그래서 주님의 은혜외에 달리 아무것도 바랄것이 없는 고백을 하게 되는 것이다.내 아내도 자살하면 지옥간다.때문에 나는 이런 아내에게 그져 주님의 은혜가 임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