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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용서는 없다 영화 볼만하다....

by 골동품나라 밴드 리더 2010. 1. 16.

 

      

오랜만에 꽤 괜찮은 영화를 본 것 같다. 어릴 때는 철이없어 그져 강한 액션이나 파괴를 일삼는 스펙타클 영화를 보면서 기분을 만끽하기도 하였지만 점차 나이가 들면서 부터 영화를 보면 그 영화가 던지는 화두는 무엇이며 줄거리의 뜻이 무엇인가를 상상하면서 즐기는 습관이 생겨나기 시작한 듯하다. 그것은 마치 내가 영화감독이 된 듯한 마음으로 영화를 즐긴다는 것이다.어떤 이들 중에서는  이런 나를 보면서 유치찬란 하다고 조롱하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전우치를 볼까 하다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곧바로 볼 수 있는 "용서는 없다"를 선택하였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낙동강 하구 철새도라지인 금강하구 둑에서 한 여성이 발가벗겨진 채 온 몸이 여섯토막으로 잘려져 발견된다. 경찰들은 증거보전을 위하여 차단막을 하고 구경꾼들의 접근을 봉쇄시키는데, 고참형사인 성지루는  신참형사인 민서영에게 [한혜진] 그 일을 시킨다.

 

구경꾼들을 막아서는 순간 문득 발밑에 선명하게 찍힌 발자국과 지팡이 자국을 발견한다. 범인을 찾는데 중요한 단서나 증거가 될 수도 있는 발자국을 사진기로 찍고나서 고개를 들어 보니 어떤 남자가 차단막을 넘어서서 시체주변으로 걸어가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 남자와 한판 엎어치기를 하고 보니 자신에게 법의학강의를 해준 우리나라 최고의 법의학 교수였던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부검전문의이자 법의학교수인 강민호는 [설경구] 죽은 여인의 사체를 보면서 " 하얀피부 봉곳한 유방 적당히 나있는 음모 이런 아름다운 여인이 죽게 된 것은 국가적 손해라고 이야기를 해나가면서 남의 일인양 메스를 잡고 해부를 해 나간다. " 죽은 사람의 시체는 사건해결의 단서일 뿐이라면서 ....."

 

  강민호는 경찰브리핑을 통하여 범인은 수많은 종류의 철새도래지이자 동식물들에게는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금강 하구둑이 난개발로 인하여 파괴되어 가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환경보호론자가   자연파괴론자들에게 보내는 경고성 메세지일 것이라고 설명한다.즉 금강하구둑은 미를 상징하는 미의여신 비너스처럼 아름다운 형상을 한 곳인데, 개발로 인하여 비너스의 팔과 다리 목과 몸통이 다 잘려 나가게 되었다는 것을 시체를 토막내어 금강하구둑에 방치 함으로써 경각심으로 알려 주고자  그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여진다고  추정한 것이다.

 

신참 형사인 민서영은 강민호의 도움으로 손쉽게 지팡이를 짋고 다니는  저명한 환경보호론자인 범인 이상호[류승범]을 잡아 들이게 되고 범인은 의외로 간단하게 " 네 형사님 똑똑하시네요. 제가 범인이 맞습니다" 라고 인정함으로써 살인사건은 간단하게 해결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법의학자 강민호가 자신의 딸이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러 오는날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는데 갑자기 낯선 남자가 다가와 "이상호씨가 전해 주라고 하더군요""라고 하면서 붕투를 건네주는데 봉투속에는 자신의 딸이 납치되어 묶여 있는 사진이 들어 있었다,

 

강민호는 곧바로 범인으로 지목된 이상호를 찾아가서 면담을 하는데, 범인 이상호는 계속 시계를 쳐다보면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강민호에게 자신을 3일안에 무죄로 석방시켜 주지 않으면 강민호의 딸이 죽게 될 것이라고 경고 한다. 강민호는 이미 시체를 절단한 톱까지 발견되었는데 어떻게 무죄로 만들 수 있는냐고 말하지만 범인은 미동도 하지 않고 " 그것은 교수님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이잖아요" 라고 묘한 비웃음을 지으며  천연덕 스럽게 말한다.

 

자신의 딸을 구해내기 위한 일념에서 강민호는 사체절단에 사용된 중요한 증거물인 전기톱날을 소독약에 씻고 자신이 소중하게 기르던 애견을 칼로 찔러서 나온 강아지피를 톱날에 대신 묻힌다. 그리고 더욱 확실한 증거를 만들기 위하여 여자를 매수하여  처음에 범인으로 지목되었던 불량배에게 접근하여 성관계를 맺고나서 정액을 가져오라고 시켜서 그 정액을 시체속에 집어 넣는다.그리고 처음에는 정액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 말을 번복하고 시체부검 소견서에 불량배의 정액이 소량 검출되었다고 하는 소견서를 검사에게 보냄으로써 이같은 강민홍의 치밀한 전략에 의하여 결국 이상호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하여 풀려 나는데,......

 

그런데 이 살인 사건이 환경파괴를 막아보려는 환경론자의 단순한 범행이 아니라 사실은 오래전 강민호가 맡았던 성폭행 사건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부유층 자녀들이 살임범으로 지목된 이상호의 여동생을 강제로 성추행한 사건이였는데 그 때 강민호는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딸이 희귀병에 걸려 막대한 치료비용을 들여서 미국에서 수술을 받아야한 살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였고, 그것을 빌미로  강민호의 친구는 치료비용을 대줄 테니 거짓으로 위증을 하라고 제안한다. 자신의 딸을 살리기 위하여 결국 강민호는 이상호의 여동생이 강간을 당한 것이 아니 였다고 거짓증언을 하게되고, 부유층 자제들은 무죄로 풀려 나는데...

 

또한 이때 법정에서  이상호의 여동생이 강간이 아니라 오히려 부유층자녀들과 즐기고 있었다고 거짓증언을 한 여인이 바로 금강하구둑에서 발견된 시체였던 것이다.그리고 이상호와 함께 살인을 하고 강민호의 딸을 납치한 공범은 이상호의 아버지가 고아원에서 데려다가 길렀고 죽은 여동생을 많이 사랑한 사이였던 것이다.  

 

 

무죄로 풀려난 이상호를 찾아간 강민호와 이를 쫓는 민서영형사 이상호 앞에 나타난 강민호는  딸을 돌려 달라고 애원을 하지만, 이상호는 " 처음이 아니라서 그런지 손쉽게 조작을 잘 하셨네요 고생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쩌죠 이미 늦었는데요" 라면서 비웃는다. 그러면서 강민호의 거짓 증언으로 인하여 자신의 가족들이 얼마나 처절한 고통을 당하였는지 당신은 알고 있느냐면서 분노의 표정으로 내뱉는다. 

 

 

그리고 강민호의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광경..... 그것은 자신의 딸이 살해되서 꽃잎위 유리관에 놓여져 있는 것이였다. 절규하면서 넉이 나간 얼굴로  딸앞에 다가간 강민호 죽은 딸을 들어 올리려고 하는데, 팔을 뻣어서 아무리 뒤져봐도 딸의 몸은 없었다. 머리와 두 다리만 있었던 것이다. .. 그렇다면?.... 그렇다 강민호가 말한 " 우유빛 피부 알맞게  솟아오른 유방 적당한 음모 이런 여인이 죽는 것은 국가적 손해라고 말하면서 부검을 하고 불량배의 정액을 집어 넣어 사건을 거짓으로 조작하여 납치된 딸을 구하려 하였던  그 사체의 몸뚱아리가 사실은 강민호의 딸의 몸이 였던 것이다.

 

 

금강하구둑은 어머니의 자궁처럼 너무도 소중한 곳이였지만, 국가는 온갓 위증과 거짓 조작된 연구보고서를 인용하여 처참하게 파괴시켜 나간다. 그러나 순간의 이득을 얻기 위하여 파괴한 자연이 결국 자신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내 자식들이 처참하게 죽어 나갈 수 밖에 없는   죽음의 땅으로 변모할 것이라는 메세지로 느껴지는 영화였다. 물론 나처럼 과대하게[?] 상상력을 펼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잔인하고 끔찍한 사체부검의 영상만이 남겨져 별볼일 없는 영화로 비쳐지기도 할 것이다.

 

더구나 한혜진의 연기는 아이리스의 김태희처럼 무미건조한 연기력과 흡사하여 권태로움까지 안겨주고 과다하게 씨부렁거리며 온갓 망말을 일삼는 고참형사 성지루의 오버연기는 약간의 짜증을 유발하여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하였지만, 이 영화가 말해주는 핵심은 단순히 복수심에 의해 벌어지는  개인적 복수극이 아니라 자연의 소중함을 깨우치지 못하는 인간들에게 경고를 해주는 차원이라는 점에서 나는 호평을 해주고 싶다. 그런데 나는 연예인들에게 관심이 없어서 인지 몰라도 한혜진을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본 것같다.

 

절규하는 강민호와 달리 이상호는  금강하구둑을 멍하니 응시한 채 "얼어 붙은 달 그림자.. 물결위에 자고...휘파람을 불고 있다. 분노에 찬 얼굴로 이상호를 바라보던 강민호는 한혜진의 총을 꺼내들어 이상호를 쏜다 .. " 저 놈도 내가 이렇게 해 주기를 바랬을 거야" 라고 하면서 그리고 다시 자신의 정수리에 대고 총을 쏘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영화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그리고.... 이상호의 중얼거림이 영화관에서 퍼져 나온다.  "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이 용서 인 것 같아요 . 죽음은  끝이지만 원한은 끊임없이 자라나니까요......" 

 

자기 자신과 자기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던지 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지만, 그 반대로 자기 자신과 자기 가족이 아닌 남을 위한 일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기주의적인 악마의 본성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을 이 영화는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지만, 그 누구도 자신이 강민호와 같은 몹쓸 인간임을 깨우치지 못한다. 강민호와 이상호는 똑같은 인간이다..  

 

 

- 내가 내 자신과 내 가족을 사랑하는 그 순간 만큼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미워 하는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들은 깨우치지 못한다. 고로 내가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죄악이다.- 마귀의 자식이 우리네 인간들인 것을.... 살려는 자는 죽고 죽으려는 자는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