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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아버지 제발 살려 주세요!..

by 골동품나라 밴드 리더 2004. 8. 19.
아버지 살려 주세요!..

두분은 그 유명했던 땅개 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을 아십니까? 이분이 누구냐 하면 바로 우리 아버지 이십니다.한때 시라소니와 김두환 밑에서 막내 꼬붕으로 이름을 드높이고 다니셨으며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몰랐다고 하는데 두분은 잘 모르십니까?. 아버지는 제가 말을 알아듣기 시작하는 대여섯살 때부터  약주를 거나하게 드시는 날만되면 곤히 잠을 자는 저를 깨워 화려했던 과거사를 자랑 하시고는 했습니다. 문제는 술에 안취하시는 날보다 취하신 날이 더 많았으며 레파토리가 단어 하나 틀리지 않고 녹음기 틀듯이 똑같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오락가락 하는 단어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땅개가 번개가 되고 번개가 땅개가 되는 것이였습니다. 어떤 날은 별명이 땅개 어떤 날은 번개 라고 하셨는데 번개인지 땅개인지 헷갈리기는 하였지만  같은 개로 끝나는 것은 확실합니다. 아버지의 과거사의 요점을 정리하면 어릴때 동네에서 헤엄을 가장 잘 쳐서 물개라는 별명으로 통했고 공부 또한 반에서 일등을 할 정도로 잘하였으나 큰 형님이 조카를 공부 시키기 위해 동생인 아버지를 중학교에 보내 주지 않아 곧바로 집을 뛰쳐 나와 시라소니와 김두환 밑으로 들어가  땅개인지 번개인지 하는 별명으로 이름을 떨치다가 뜻한바 있어 모든 것을 정리하고 식당일을 배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뭍튼지 이런 아버지의 눈부신 활약상을 보게된 적이 있었는데 술에 잔뜩 취한 사람이 시내버스에서 휭설수설 하면서 행패를 부리자 만만찮게 술에  취하신 아버지가 그냥 두고 보겠습니까? 곧바로 " 야! 너 뭔데 떠들어" 라고 하자 그사람은 " 야! 내가 바로 옥천의 쌍도끼다." 라고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쌍도끼 라는 말에 나는 아버지가 꼬리를 내릴줄 알았는데 아버지는 " 차에서 내려라!" 라고 하고는 두분이서 서부의 건맨처럼 노려 보다가 먼저 쌍도끼라는 사람이 썬방을 날리자 그것을 피하신 아버지가 되받아치기 한방으로 그 유명한 자칭 쌍도끼를 백주대로 뻗게 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는 " 가자" 하시면서 내손을 잡아 끌고 비틀거리며 가셨습니다. 술에 잔뜩 취하신 두분의 격투 장면은 마치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느낌이였습니다. 술에취한 탓에 쌍도끼가 쓰러진 것인지 주먹을 맞고 쓰러진 것인지 아직도 헷갈립니다.   

그 사건 이후 얼마후에  여름 피서로 대천해수욕장을 가게된 적이 있었는데 역시 어릴적 물개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말이 믿어질 정도로 해수욕장에서 가장 멀리 나가서 맨몸으로 헤엄을 치시더군요.그런데 그렇게 그냥 즐기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갑자기 물밖으로 나오시더니 어머니와 나를 튜뷰에 태우고는 해수욕장에서 멀리 보이는 섬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두분도 잘아시죠 그 섬이 가까와 보이기는 하지만 헤엄쳐서 왕복할 거리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무조건 타라고 명령하시니 어찌 땅개의 별명을 가졌던 분의 명령을 거부합니까? 힘없는 우리 모자는 억지춘향식으로 고무 튜뷰에 올라 탓지요.

아버지는 한손으로 튜뷰를 잡고 헤엄을 치기 시작했습니다.그런데 멀쩡한 사람도 하기 불가능한 일을 술에 잔뜩 취하신 아버지가 두 사람을 태우고 섬까지 헤엄쳐서 데리고 가겠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술에 취하신 아버지에게나 가능해 보이는 일이였지요. 처음에는 그럭저럭 바다쪽으로 가는 듯이 보이던 튜뷰가 점점 앞으로가 아닌 밑으로 떠내려만가는  형국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도 아버지는 " 자! 이제 다왔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라고 계속 말씀 하셨죠 아무리 애를 써도 튜뷰가 더이상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눈치챈 아버지는 힘이 빠지셨는지 어머니와 내가 다음을 기약하자는 말에 못이기는체 승낙을 하더군요.그런데  자존심으로 사시는 아버지가 그냥 되돌아 오실분이 아니지않습니까?.

갑자기 나를 가리키더니 튜뷰에서 뛰어 내려서 해안까지 헤엄쳐서 가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수영을 제대로 배운적도 없고 개헤엄이나 겨우치던 내게 헤엄쳐서 혼자 가라고 하니 몸이 얼어 붙기 시작 하였죠. 그런데 무슨 힘으로 아버지의 명령을 거부 합니까? 머뭇머뭇 거리자 아버지는 " 야! 걱정말고 뛰어내려! 내가 물개 아니냐 물개! 죽게될것 같으면 잽싸게 구해줄 테니까 걱정붙들어 매고 뛰어내려!" 라고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죽을 맛이였지만 물개인 아버지를 굳게굳게 믿고 하나둘셋을 외치며 뛰어 내렸던 것이 아닙니까?

처음에는 스므스므하게 잘 나갔습니다. 그런데 힘이 모두 빠지고 두려움이 몰아 치면서 더이상 헤엄을 칠 수가 없었습니다. 허부적 허부적 대면서 나는" 아버지 살려 주세요! "하고 외쳤습니다. 굳게믿었던 아버지는 날구하러 오시지는 않았고  나는 더 이상 버틸힘이 없어 " 아! 이제 나는 세상과 하직하는구나. 아버지가 아니라 웬수구나 웬수" 라고 순간적으로 몹쓸 생각도 스쳐 지나갔습니다.모든 힘이 빠지고 내몸은 바닷물속으로 빠져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뭔일입니까? 내 머리가 바닷물속에 잠기기는 헸지만 내발가락이 바다바닥에 맟닻는 것이 아니겟습니까? 순식간에 힘이 육백만불의 사나이처럼 생기고 다시 사력을 대해 헤엄쳐셔 물밖으로 나올 수가 있었습니다. 나와서 보니 아버지는 아직도 내가 뛰어내린 그자리에서 어머니가 탄 튜브를 붙잡고 계셨던 것입니다.

 

물밖으로 나오신 아버지는 " 야! 니가 잘 나올줄 알고 가만히 지켜 보고 있었던 거야! 죽을때 쯤되면 구해줄려고 했던거지 내가 누구냐 물개 아니냐 물개" " 라고 말씀 하셨지만 나는 그 후로 이 세상에 믿을 사람은 하나도 없다. "  라는 말을 신봉하는 사람이 돼버렸던 것입니다.아버지! 아버지를 믿지 못하고 사는 아들의 불효를 용서해 주세요.  


* 아버지의 이름을 팔아 아내가 그렇게 간절히 가지고 싶어 하는 김치 냉장고를 상품으로 받기 위해 이글을 씁니다.헤아려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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