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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정관수술 받을 때의 초라한 모습

by 골동품나라 밴드 리더 2004. 11. 12.

정관수술을 받았다...

 

오래도록 질질 끌었던 정관 수술을 받았다.내시가 된것이다.아이를 하나 낳은 것도 너무 벅차 더이상 낳지 않겟다고 생각하고 정관 수술을 받을 것을 스스로 다짐 하고도 차일피일 미루며 지키지 못한 탓에 하나를 더 낳았고..둘째 때문에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와진 아내의 바가지를 참 많이 들어야 했다.

그런데 곧바로 수술을 했어야 했건만, 또 어영부영 하다보니 아뿔싸! 또 아이가 들어선 것이다. 이미 들어선 아이를 지우는 것은 살인이니 낳자고 하였지만, 아내는 도저히 낳을 수가 없다고 하였다. 아내의 바램대로 아이를 지웠지만..아직도 마음 한켠에는 응어리로 남아 내 마음을 후벼판다.

그런데 그 후로도 수술을 하지 않다가 몇년이 지난 엊그제서야 정관 수술을 할 수있었다. 머리속에서 문득문득 떠오르던 계�을 실천 하는데에 자그마치 7년이란 세월이 걸린것이다. 그로인해 칠년동안 혹시나 하는 두려움에 아내나 난 조마조마 혹시나 하는 염려와 걱정의 속앓이를 질리도록 하였다.

일나가기가 싫어 비비적 거리다가 갑자기 수술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곧바로 병원에 전화를 걸어 수술을 할 수있느냐고 물어보고 쳐들어 갔다. 아이가 낳기 싫어 지우자고 하던 아내는 막상 아이를 키워보니 너무 귀엽고 이쁜 탓인지 수술을 하지 말고 다른 방법으로 피임을 하면 안되느냐고 하였다. 수술하러 나가는데도 " 마음 바뀌면 곧바로 들어와요?" 하고 말했다.

간호사는 빤스를 벗고 수술대 위에 누우라고 하였다. 여자 앞에서 여자의 명령에 의해 옷을 벗는 것이 참으로 이상 야릇 했지만 항거불능의 상태이니 간호사 앞에서 머뭇거리며 눈치를 보며 벗고 누웠다. 설마 간호사가 옆에서 도와줄것이라고 미처 생각지 아니했는데 기우였다..의사가 들어보고 간호사는 붙잡고 수술이 시작 되었다. 털이 깍이고 발가 벗겨져 천장을 바라보는 내 자신이 너무도 초라해 보였다. 이게 무슨 꼴이람..도대체 이 방법밖에 없는 것인가? 인간이란 실체가 얼마나 가엽은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수술이 끝난후. 일어나 보니 핏방울이 누어있던 자리에 떨어져 있었다.[찰나적이지만 내 모습이 강간당한 여자의 모습 같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씨뻘건 핏방울을 보며 나는 아내가 셋째 아이를 유산 시키던 모습이 떠올랐다. 내 모습이 예전의 아내의 모습이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겹쳐 졌다. 내 자신이 초라하고 측은해 보였다.아내의 모습도 측은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내 물건에서 떨어진 핏방울을 뭉기적 뭉기적 의사가 준 걸레로 딱고 잇자니 의사는 내려와서 딱으라고 한마디 한다.. 소독약으로 사타구니 주변이 빨갛게 칠해져 있었고 잘 닦이지도 아니했다.


하나님의 뜻대로 고자가 되었더라면 얼마나 좋앗을까? 나는 그것을 수도 없이 바랬다. 그것을 그토록 염원한 것은 그토록 내게는 힘에 버거운 짐이였기 �문이리라...입버릇처럼 잘라버렸으면 좋겟다고 중얼거리던 그 마음처럼 육신은 따라주지 않는다.. 내가 가난하지만 않았다면 나는 결코 정관 수술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왜냐하면 아이를 기르고 키우는 것이 좋으니까..이런 생각도 사실은 나의 쾌락을 추구하는 욕망일 것이다..그것이 슬픈것이다.. 마음이 홀가분해 진것 같지만 또다른 응어리가 내 맘을 편치 않게 해주며 일생을 곁에서 맴돌것 같다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