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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싱글벙글쇼[mbc] 방송에 채택된 글..

by 골동품나라 밴드 리더 2005. 3. 12.
택시 손님과 돈내기를 하였습니다.
한창 IMF 인한 경제불황이 닥쳐 오던 때였습니다.저 또한 택시운전을 하면서  정해진 사납금을 채우지 못해 하루하루가 불안해 하던 시절이였습니다.  밤늦은 시간에 빈택시로 이리저리 헤메이다가  술에 취한 손님을 한 분 태웠습니다.  차림새로 보아 꽤 젊잖은 분 같아 보였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태웠죠. 그리 멀지도 않은 곳에 가시는 분이였습니다. 목적지에 다 도착하니 2500원의 요금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너무도 젊잖게만 앉아 계시던 이분이 갑자기 마구 화를 내시는 것이였습니다.  

"아니 ! 왜 이렇게 요금이 많이 나왔어? 이것 뭔가 잘못된 거 아니야." 하고 호통을 치는 것이였습니다. 

"평소에는 얼마나 나왔는데 그럽니까?" 

" 내가 자주 타고 다니지만 2천 3백원을 넘긴적이 없어 " 

" 택시 탔던 장소가 약간 다르거나 신호등에 걸려 시간을 정체하면 몆백원 더 나오기도 합니다. 그냥 타고 다니시던 요금만 내시고 가세요!" 
 
"아니야 이 택시 무슨 문제가 있어 분명히 뭔가 수상한 것이 있어 이런 택시는 한번 혼내 주어야 돼 가자고 파출소로!"

택시미터기는 매년 검사 때마다 납으로 인봉을 해놓아서 절대 기사 마음대로 개조를 할 수없다고 말씀을 드리며 단돈 몇백원을 위해 그런 몹쓸짓을 하겠느냐고 , 하늘에 맹세코 그런 부당한 짓을 하지 않았다고  항변을 하였지만, 막무가내로 파출소로 가자고 닥달을 하는 것이였습니다. 

결국 그 손님의 완고한 고집앞에 두손을 들고 할 수없이 파출소로 갔습니다. 그런데 파출소 문을 떡 하니 열어 제친 이분이 막상 파출소 순경앞에 서더니 묵묵부답 하는 것이 아닙니까? " 무슨일로 오셨습니까" 라고 묻는 경찰관앞에 할 수없이 제가 자초지종을 다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자 경찰관은 " 지금 무슨 장난하는 겁니까? 돈 200원 더 나왔다고 고소하겟다는 겁니까? 뭡니까? 하고 역정을 내시더니 빨리 나가라고 내쫒아 버렸습니다.그런데 파출소 안에서는 아무 말씀도 못하시던 분이 밖에 나오시더니 또다시 마구 화를 내시며 " 내가 누군지 알아. 나는 00신용협동조합의 이사장이야! 내가 말만 하면 너같은 것은 한방에 보낼 수있어" 하면서 온갓 욕설까지 해대는 것이였습니다.

결국은 티격태격 논쟁이 계속 되었는데 갑자기 이분이 내기를 하자고 제안을 하는 것이였습니다. 다시 자신이 탔던 자리에서 출발하여 요금이 2300원이 나오면 자신이 이기고 더 나오면 내가 지는 것으로 해서 5만원 내기를 하자는 것이였습니다. 

저는 그 내기에 승낙을 하면서 한가지 조건을 걸었습니다. 신호등이 파란 불이면 통과 하지않고 정차 했다가 가는 것으로 말입니다. 그리하여 손님을 태우고 제자리로 가서 보는 앞에서 택시미터기를 작동한 후 출발을 하였습니다.신호등이 나타나자 파란불이 였습니다만 비상등을 켜고 기다렸다가 다음 파란불에서 출발하였더니 2600원이 나왔습니다. 

그 손님은 " 이상하다" 하면서 지갑에서 5만원을 꺼내어 나를 주더니 다시 한번 해보자고 했습니다. 다시 제자리로 가서 이번에는 손님이 직접 택시 미터기를 눌렀습니다.이번에는 2700원이 나오더군요. 손님은 많이 주눅들은 표정으로 5만원을 주더니 또 한번 해보자고 하였습니다.그리하여 세번 연거푸 내기에 이겨서 거금 15만원을 벌었습니다. 손님의 지갑은 천원짜리 몇장만 남았습니다. 그러자 손님은  오줌을 누고 올테니 기다리라고 하더니 종족을 감추었습니다. 그 손님은 시간과 거리가 합해지는 요금병산제가 된것을 아직도 모르는 분이였던 것 같앗습니다. 

결국은 한참을 기다리다가 택시를 회사에 입고 시키고난 후 집으로 들어 갔습니다. 아내에게 사건 전말을 고백 하였더니, 아내는 그 사람을 찾아가서 돈을 돌려 주라는 것이 였습니다 아마도 술에 취해 그런 실수를 한것이지 본심은 아니였을 거라는 겁니다  나는 " 미쳤어 일도 못하고 욕이란 욕을 잔뜩 얻어 먹는 것을 생각하면 이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아도 부족해!"하고 말했습니다. 

바람이나 쏘고 오겠다고 말하고 난 후에 결국은 그 사람이 말한 신용협동 조합을 찾아 갔습니다. 이사장 000 라는 팻말이 놓인 자리에 어제 그 분이 계시더군요. 날 보더니 얼굴이 씨뻘개지고 깜짝놀라는 표정이였습니다. 

잠시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고 조용한 곳으로 가서  " 앞으로는 그런 행동 하지 마세요! 택시기사들이 얼마나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데 도와 주지는 못할망정 괴롭힘을 줍니까? 푼돈에 너무 신경쓰지 마시고 이제 사는동안 베풀면서 사세요 그리고 이 돈 받으세요!" 하면서 어제 내기로 받았던 15만원을 주자  그분은 "어제는 제가 미얀했어요" 하면서 못이기는체 돈을 받아 얼른 주머니에 넣더군요.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이 고달픈 인생을 살아가는 나는 사실 그 돈을 돌려 주지 말고 내 아이가 그토록 먹고 싶어하는 수박을 한통 사다주고, 그토록 가고 싶어 하는 놀이공원이라도 데려가고 싶었지만,  아내가 그 돈을 돌려 주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 이뻐서 그 돈을 돌려 주었습니다. 그 일로 인해서 한편으론 속이 쓰리기도 하고,한편으론 속이 개운하기도 하더군요. 어쩌면 그 맛에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하더군요? 자기 손해를 감수하면서 옳은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그마나 이 세상이 살맛이 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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