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 어린아이는 자신이 철부지라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살다가 어느덧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이마에 잔주름이 생겨나기 시작하면 그 땐 그랬구나 하고 철없던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부끄러운 마음을 지니게 된다.
요즘 딸아이가 왕성한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중인가 보다. 중학교 때도 한번 다른학교에 다니는 일명 학교짱과 사귀면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사춘기적 기질을 신나게 보여 주어 아이 엄마의 속을 태우더니,고등학교 2학년이 된 아이가 20살난 청년을 사귀고 있다고 엄마에게 고백을 한 모양이다. 충격을 받은 마눌님은 " 대학생이라고 해도 허락할까 말까인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 다니는 사람과 사귀다니, 절대 안된다" 라고 야단을 친 모양이다.
그 청년이 딸아이에게 엄마의 허락을 받고 정식으로 사귀고 싶다고 해서 딸아이가 엄마에게 이실직고 한 것인데 마누라가 놀라자빠지면서 절대 허락불가 라고 하니, 아이는 펑펑 울면서 알았다고 하면서 헤어지겠다고 말하더란다.
그런데 딸아이가 저녁늦게 집을 나가는 것이 아닌가? 친구를 만나러 간대나.. 아무래도 그 남자를 만나러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몰래 따라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 남자를 만나 손을 꼬옥 잡고 히히낙낙 하며 걸어 가는 것이 였다. 딸아이가 저렇게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왠지 모르게 가슴이 뛰고 답답해 지는 느낌을 받았다.
두 사람앞에 나타나서 딸아이에게는 집에 들어가 있으라고 하고, 그 청년을 데리고 조용한 곳으로 갔다. 왜 희은이를 만나냐고 어리섞은 질문을 하니 "좋아서요" 라고 답을 한다. 언제까지 만날 것이냐고 물으니, 자신은 9월달에 군대를 가고 그 때까지만 사귀려고 한다는 것이였다.
머지 않아 헤어질것이라면, 사귀어봤자 마음의 상처만 더욱 깊게 남는 것이 아니냐 한창 공부를 해야 할 아이에게 어른이 큰 잘못을 범하는 것이 아니냐 라고 말하고 딸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만남을 가지라고 하였더니, 자신은 절대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중이며 평일에는 만남을 가지지 않고 주말에만 만난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렇게 배려를 하더라도 민감한 성격을 가진 여자들의 특성상 헤어지고 나면 가슴에 상처를 받아서 공부도 하지 않고 탈선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 면서 헤어 질 것을 종용했다. 그런데 그 청년은 자신은 아주 건전한 교제를 할 것이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니 군대 가기 전까지만 만남을 가지게 해달라고 하였다.
처음에는 크게 혼내켜 주려고 하였던 것인데, 이 청년을 만나보니 그렇게 나쁜 사람 같지도 않아 보이니, 혼내키기는 커녕 그의 의견을 들어 주는 방식으로 대화가 전개 되고 있음에 내 자신도 놀라고 있었다. 그렇다고 내 목적을 포기할 수 없으니, 이달 7월달 까지만 만나고 헤어지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이 청년은 8월 초까지만 만났으면 좋겠다고 한다.
7월달까지 끝내도록 하고 차 후에 한두번 정도만 더 만나는 것은 용납하겠다고 말해주고 헤어졌다. 청년과의 대화 내용을 아내에게 말해주니, 아내는 절대 못만나게 해버리겠다고 나가더니 기껏 그렇게 일을 처리하냐고 하면서 소리를 높였다..
낸들 어찌 하나... 그 청년이 그리 나쁜 사람 같지가 않아 보이고 그 친구의 말이 진실성이 있어 보이니 그에 따라 내 마음이 변하는 것을 말이다. 철부지 딸아이가 세월이 흐른후에 철없던 시절을 깨우치게 되겠지,,멋져 보이는 사람이 사실은 별볼일 없는 사람이였음을 ... 이 세상에 살아가는 인간이란 존재가 모두 별볼일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별은 사라지고 태어나고 가슴속 추억만이 남겨진다는 것을 깨우치는 날, 이마에 굵디 굵은 주름이 생긴다는 것을.. 이 세상은 하룻밤의 꿈 피어나는 안개와 같은 곳이니 들에핀 들국화 보다 나은 것이 없는 존재임을 알게되는날 두 눈에서는 부질없는 허망한 욕망에 오기를 부렸던 모습앞에 눈물을 흘리며 세상과 작별인사를 하겠지. 죽을 때가 되서야 철이 든다는 것을 모르고 , 그땐 그랬지..
타인에게 잘보이기 위해 평생을 허덕이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 아니던가? 이 세상에 홀로 남겨 진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져 먹고 싸고 자는 삶으로 만족할 것을..... 한껏 멋을 부리며 사진을 찍는 딸아이.....인간의 자아를 한 껏 뿜어내며 살다가 떠나는 것이 인간이리라..
살려는 자는 죽고 죽으려는 자는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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