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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경찰에게 바친 뇌물과 백만송이 장미

by 골동품나라 밴드 리더 2008.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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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5년이 넘은 시절이였다. 친구들과 온양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차를 몰고 돌아오던 때였다. 그 때 느닷없이 불법유턴을 하던 1톤트럭 차의 옆구리를  들이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사고를 구경하기 위해 몰려들었고 뒤이어 경찰이 오자 사고경위를 물었다. 나는 느닷없이 유턴하는 차를 피할 수 없었노라고 이야기를 하였고, 상대방은 내 차가 너무 과속을 하였노라고 주장을 하였다. 시내도로이고, 약간의 커브길이 였기에 과속은 하기 힘든 도로였기에 속력을 줄여 나갔기에 과속은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금은방에서 금반지를 사가지고 나오던 상대방 차량의 운전자를 비호해 주기 위해 금은방 주인이 편을 들고 나섰다. 나는 화를 참지 못하고 금은방 주인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상대방은 더욱 큰 소리로 화를 내었다. 내 친구들도 함께 거들었고, 어쩌면 큰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 전개 되었다.

 

그러나 바로 앞에 경찰도 있고, 상대방의 당찬 얼굴도 왠지 가벼워 보이지는 않아서 참자는 생각이 들어  더 이상의 말싸움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금은방 주인이 친구 형과 아주 절친한 사이였음을 알게 되었고, 일명 한가닥을 넘어 몇가닥 하던 사람이였음을  알게 되었다.

 

온양경찰서에서는 출석을 하라고 전화가 자주 오고 나는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출석하느냐고 항변을 하였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이 " 경찰관이 뇌물을 달라고 하는 것이니  얼마의 돈을 건네주면  된다' 라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결국 그 말에 현혹되어 나는 10만원 정도를 봉투에 넣고 경찰서에 가서 그 경찰관에게 건네 주자 경찰관은 응큼한 웃음을 지으며 얼른 받아 챙겼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 였다. 이미 사건은 상대방의 과실로 해서 보험처리가 되었고 모든 것이 해결 되었던 것인데, 나는 난생처음 뇌물이라는 것을 건네주는 쓸데없는 짓을 하였던 것이다. 나쁜 경찰관 같으니라구..

 

그런데 어느날 나는 깊은 잠에 빠져 들어 경악할 만큼의 놀라운 꿈을 꾸었다. 천년만년 지옥의 끝자락에서 천형의 형벌을 받아도 용서할 수없는 악행을 저지르고 벌을 받고 있는 형국속에 빠져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 그 금은방 주인이 있었다. 하루 이틀 몇달을 함께 그 지옥에서 천벌을 받으며 동거 동락을 하였던 것이다.

 

그 악몽에서 몸부림 치다가 깨어난 후 어느덧 10년이 넘은 세월이 흘러 갔다.

 

얹그제 절친한 동생의 아버님이 운명을 달리 하셔서 서울을  가게 되었다. 서울가는 전철옆자리에서는 나의 친동생의 20여년 친구가 날 알아보고 인사를 하고 신림역에 도착하고나니, 수많은 사람들과 자동차의 매연 오염된 공기가 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마음에서 그냥 걸어서 목적지 까지 가야 겠다는 생각이 둘었다. 얼마나 가야 하느냐고 길가던 아주머니에게 물으니 버스 두정거장 정도 란다. 대충 방향을 잡아 골몰길을 따라 아내와 걷기 시작 하였다. 인적이 없는 골물길에서 나는 전철역에서 주워들었던 광고신문을 펼쳐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 먼-옛날 어느별에서 내가 세상에 나올 때 사랑을 주고 오라던 작은 음성 하나 들었지. 사랑을 할 때만 피는 꽃 백만 송이 피어 오라던 진실한 사랑을 할 때면 피어나는 사랑의 장미....." ....

 

그동안 내가 얼마나 이 노래와는 다른 삶을 살아 왔던 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져려 왔다. 그냥 눈물이 쏟아져 나오려고 하였다. 눈물을 삼키려고 하늘을 보니 허망한 마음이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었다. 다시 길을 걸으려고 눈앞을 보니 어디선가 본듯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다.

 

바로 금은방 주인이였다. 서울의 어느 좁디좁은 골목길에서 20여년이 지난 세월후에 맞딱 뜨렸다. 그냥 반가 웠다. " 형님! 안녕 하세요"  " 누구" " 예 천안 김형희 입니다."  이 분도 나를 알아보고 반가워 하였다. 그러면서 나에게 읽어 보라며 책을 한권 건네주었다. [ 백색의 수렁] 출판사 더어울림 저자 이상민 .....이 책의 표지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다. "하늘을 향하여 울었고, 땅을 보고 통곡했네.하늘과 땅 사이에 삶의 고통과 윤회속에서 내 작은 마음 하나 묻어 둘 곳이 없었네." 바로 금은방 주인이였던 이상민 형님이 마약에 빠져 가정이 파탄나고 슬픔에 절규하며 쓴 자서전형식의 실화소설이라는 책이였다.

 

인연의 고리 속에서 일부러 만나려고 해도 만날 수도 없는 로또보다 어려운 만남을 가졌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더욱 슬퍼지는 듯 하였다. 그리하여 내 입에서는 더 큰 노랫소리가 퍼져 나왔다. 그리고 동생 아버님의 초상앞에서 묵념을 하고, 되돌아서 집으로 향하는 길에서는 더욱 더 큰 소리로 내 노랫소리가 퍼져 나갔다.

 

아내는 사람들이 쳐다본다며 창피해 하였지만,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 " 먼 옛날 어느----별에서 내가 세상에 나올 -때 사랑을 주고 오라던 작은 음성 하나 들었지,,,, 진실한 사랑을 할 때면 피어나는 사랑의 장미....

 

그 노래소리는 나에게 하는 소리였다. 말귀를 알아 듣지 못하는 형희 너에게 하는 소리였단 말이다...세상이라는 질펀하게 오염된 물속에 빠져 허우적 대며 천년을 살것 처럼 살아가는 바로 너에게 외치는 소리가락이였단 말이다....  벌레만도 못한 인간에게 말이다.

 

살려는 자는 죽고 죽으려는 자는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