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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워낭소리를 보고나서....

by 골동품나라 밴드 리더 2009. 5. 17.

 

어버이 날이라 하여 딸과 아들이 영화표를 한장씩 내밀기에 쳐다보니,워낭소리 영화 무료 관람권 이였다. 내리사랑이라고 이제껏 자식들이 어버이날에 무엇하나 선물하는 것을 본적도 없었으니 올해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선물대신 학교에서 공짜로 나누어 주는 영화표를 가지고 온 것이다.

 

 

 

 

 

인간이란 그져 공짜라면 너나할 것 없이 다들 좋아하는 가 보다. 이 세상에는 꽁짜란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영화표를 보는 순간 보나마나 약장사나 책장사들이 나누어 준 것이라고 어림짐작을 하였었다.

 

그런데 자식들은 절대 장사하기 위해 영화표를 나누어 준것이 아니라고 호언장담을 하였다. 그래보았자 자식들이 말하는 내용의 근거를 따지고 보면  영화표를 나누어 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였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들이 스스로 생각해 낸 판단일 뿐인데 말이다.

 

평소에 자식들의 거짓말에 잘도 속아 넘어가는 아내는 한술 더 떠서 어버이날에 그런 장사를 하겠나면서 아이들의 말대로 영화만 보게 될 것이라며, 함께 가자고 하였다.

 

만약 장사꾼들이 나누어 준 것이라면 영화보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일없이 보내야 하는데, 과연 그것이 영화값 몇 푼 아끼는 것보다 가치있는 일인가 하는 생각에  가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었지만, 우낭소리가 워낙 내 마음속을 잡아 끌었고,  아이들과 아내가 장사를 하지 않고 영화만 보는 것이라고 하길래 속는셈 치고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관에 들어 가보니 스크린 앞에는 탁자와 광고지가 널부러져 있었고, 역시나 속았구나 하는 자괴감이 문득 들었다. 사람들이 모두 들어차자 현대00상조 회사의 임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의 유창한 광고 퍼레이드가 벌어 졌다.

 

일반 상조회사와는 달리 자신들이 소개하는 상조회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정받는 신뢰성 있는 회사라면서 부모님이 돌아 가시고 난 후에 막대한  장례비용을 부담하지 말고 모든 장례써비스를 헐값에 해 주는 자신들의 상조회사에 가입을 하라는 것이였다. 이번이 마지막 할인 써비스를 해주는 기간이라면서 지금 가입하면 50여만원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였다.

 

그럴 듯한 광고 설명에 많은 사람들이 상조회에 가입을 하였다. 아내도 귀가 솔 깃해져서 장모님을 위하여 가입을 하였으면 좋겠다고 말 하였다.

 

그러면 그렇치 속으로 되뇌이면서 , 찜찜한 기분이 되어 영화를 보노라니, 영 뒷맛이 개운치는 아니했지만, 영화가 시작되니, 내 마음은 영화속 풍경속으로 빠져 들었다. 워낭소리가 내 귓가에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어릴 적  소달구지를 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내달리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소달구지가 마을 어귀를 달그락 달그락 거리며 달려가면 어린 나는 사력을 다하여 뛰어가서 소달구지에 타기 위해 애를 썼었다. 달구지에  앉아서 소를 끌고 가던 주인은 내가 달구지에 올라타도 본척 못본척 그냥 앞만 보고 달려 갔다.

 

거대한 달구지를 어깨에 매고도 아주 가볍게 걸어가는 소를 보면서 소라는 동물이 힘이 엄청나게 쎄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었다. 그리고 달구지를 끌고 가던 소의 목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는데, 그것이 워낭소리 였다는 것을 나이가 중년이 넘어서야 알게 되었다.

 

그져 놀고 즐기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라고 믿고 살아가던 어릴 적 세월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 기나긴 날 들동안  먹고 살기 위해서만 힘겨웁게 살아 왔었다. 흙을 먹고 살리라 라는 성경의 가르침이 내 멍에인지 그 멍에가 나의 워낭소리인지 아니면, 학교종이 땡땡땡인지, 잘은 모르지만, 이제는 세상의 풍경을 그냥 풍경으로만 바라보고자 노력을 한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는 것을 보는 것이 안쓰러우면 돈을 주고 사서 풀어 주면 되고, 돈이 아까우면, 그냥 지나치면 된다. 워낭소리를 보고 나서 수많은 상념이 교차 하였다. 하고픈 말이 많았지만, 나머지는 나중에 이야기 하고 싶다. 워낭소리의 할아버지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혹여 있을 까하여 그런 사람들에게 할말을 해보고자 한다.인간은 인간일 뿐이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