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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18억원 부도 맞고도 성공한 내 친구...

by 골동품나라 밴드 리더 2009. 8. 29.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아무리 욕심을 부려 보았자 죽을 때가 되면 허무감에 빠져 후회하는 것이 인생사라고 하는데, 그것을 알면서도 대부분의 인간은 끝없는 욕심을 추구하게 된다. 이 세상은 잠시 놀다가는 놀이터이며, 돈이나 재물이라는 것은 잠깐 빌려서 가지고 노는 장난감일뿐인데, 그 장난감을 영원히 내 것으로 소유할 줄알고 허망한 욕심을 부리다가 죽음앞에서 후회하게 되는 것이다.

 

인생사가 새옹지마인 것을 깨우치게 해준 내 친구가 있다. 이 친구와는 어릴 때 함께 어울려 청춘을  보내기도 하였는데,  깊은 산골에서 어렵게 살아온 탓인지 생활력은 강인한 편이 였다.

 

25여년전 이 친구와 또 다른 친구 두명과 함께 대천해수욕장에 가서 김치 장사를 한 적이 있었다. 물론 나의 아이디어로 무작정 떠난 것이지만, 바리바리 싸들고 간 김치담을 재료와 양념이 아깝지 않도록 다행히 김치 장사는 잘 되었다.

 

막 개장을 시작한 대천해수욕장에서 우리들은 직접 배추를 사서 김치를 담갔고, 담은 김치를 들고 나가 "올림픽김치요, 김치- 맛좋은 김치 김치---"하면서 크게 소리를 치면서 장사를 시작하였는데,그 때는 배추값이 폭등하여 배추가 아닌 금추라고 불릴 정도 였기게 마진은 적었지만 천만다행으로 장사는 잘 되었다.

 

 

 

 

그렇게 김치 장사를 하면서 밤에는 대천바닷가가 떠나가도록 미친듯이 놀았다. 그 때 함께 김치장사를 한 친구 중에 한명이 바로 18억원의 부도를 맞은 친구다.

 

생활력이 강한 이 친구는 일찌감치 따낸 운전면허증으로 생선차 운전을 하다가 덤프트럭 운전을 배워서 하더니 어느덧 빚을 내서 덤프트럭을 한대 구입한 후 오랜동안 하더니 많은 돈을 벌었다. 많은 돈을 벌었지만 생활력이 강인한 사람들의 공통점처럼 친구들 사이에서는 수전노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검소하고 인색한 삶을 살았다.

 

그리고 나중에는 덤프차를 팔아 버리고 건축사업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건축사업의 특징중 하나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것인데, 이 친구도 예외가 아니였다. 18억원 짜리 공사대금으로 받은 어음이 만기 몇일을 남기고 부도처리 되자, 순식간에 쫄딱 망하게 된 것이다. 이 친구의 말을 빌면 부도가 나서 재산을 정리해서 현금으로 만들어 보니 7억원 정도가 남았다는 것이다.

 

아내는 그 돈을 가지고 멀리 도망가서 살자고 재촉을 하였지만, 이 친구는 연로하신 부모님을 남겨두고 어디를 가느냐고 하면서 정리한 재산을 전세값만 남겨두고 채권자들에게 사정을 이야기 하고 모두 빚을 감아 나가는데 사용하였다고 한다. 18억원의 부도를 맞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채권자들은 그나마 절반이나 되는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안도를 하였고 흔쾌히 승낙을 하였다고 한다.

 

이 친구도 처음에는 너무 큰 좌절감을 이겨내지 못해서 자살을 시도하였다고 한다.술을 잔뜩 마시고  차에 연탄불을 피우고 자살을 시도 하였는데 다행히 누군가가 발견하여 병원에 데리고 가서 살아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살아난 이후 온 가족이 한달에 4만원이상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서 대리운전을 시작 하였다. 나는 이 친구가 15평짜리 좁은 아파트로 이사를 갔을 때 검소한 삶을 사느라고 그런줄 알았었다. 나 보고 개인택시 대리운전자리를 알아봐 달라고 하고, 일반 대리운전은 어느회사가 좋냐고 물었을 때도 그냥 심심해서 하고자 하는 일인줄 알았다. 이 친구도 그런식으로 답을 하였으니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던 것이다.

 

 

 

 

그런데 천만 다행인지 아니면 부도를 낸 회사 사장이 도움을 주고자 한 것인지 몰라도 오래전부터 이 친구에게 공사를 맡겨온 사업가가 이 친구에게 공사를 맡겼다는 것이다. 가진 재산은 한푼도 없지만 전화상으로 연결만 시켜주면 수수료가 생기는 일이기에 그 일을 해줄 수 있었지만 사업장이 없는 탓에 다른 친구의 사업면허를 이용하여 공사를 시행한 탓에 수수료의 대부분을 다른 친구에게 주었다는 것이다.

 

  수수료가 나가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에 직접 사무실을 차릴 돈을 마련하기 위하여 일년동안 대리운전을 해서 천오백만원을 벌었단다. 그 돈과 함께 매형에게 얼마간의 돈을 빌려 그것을  밑천삼아 다시 사무실을 차리고 사업면허를 취득하여 공사를 진행시켜주는 중간없자의 일을 몇년동안 하였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은 부도가 나기 전의 상태로 되돌아 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몇년만 더 벌어서 돈에 구애받지 않고 여행도 다니고, 삶의  여유를 누릴 정도가 되면 사업을 그만 하겠다는 것이다. 내가 이 친구를 보면서 성공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자신과 가족들만을 위하여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 다만 시련앞에서 도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선 용기 때문이다.

 

자신의 전 재산을 모두 채권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스스로 가난의 질곡속으로 당당히 들어간 그 배짱이 크게 칭찬받아도 좋을 것이며, 그 당당함으로 인하여 다시 일어선 그 용기와 실천이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나는 이 친구를  성공한 친구라고 이야기 해주는 것이다. 죽음앞에서 살아남은 자의 성공담이라고나 할까?...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도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 깨우치지 못하고 그냥 누구나처럼 자신과 가족만을 위해 살다가 가는 인생범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다.

 

나와 내 가족을 벗어난 그 무엇과 그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더불어 살기의 삶이 우리들이 이 세상에서 살아 존재하는 이유일 수 있을 텐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본능적인 욕망만을 채우려고 애를 쓰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살려는 자는 죽고 죽으려는 자는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