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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도둑질 이야기

by 골동품나라 밴드 리더 2009. 6. 30.

 

 

십수년 전의 일이다. 그 때만 해도 나는  아내와 아이와 함께  지하 단칸 셋방에 얻혀 살고 있었다. 사는 것이 녹녹치 않다보니 아내와의 실랑이도 잦은 편이 였다. 그 날은 여느때와 같이 어렵게 번 돈 몇푼을 가지고 아내와 함께 시장에 가서 장을 보던 중이였다.

 

지나고 보면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별 것 아닌 일로 아내와 티격태격을 하게 되었다.어렴풋이 기억 하기로는 그 때 시장에서 구입한 생선 문제로  싸움이 시작된 것 같았다.  생선을 머리통까지 달라고 하지 왜 그 말을 하지 않았느냐 하는 문제로 시작된 싸움 덕분에 , 아내는 결국 삐쳐서 그냥 가버리려고 하였고, 나는 그런 아내를 붙잡고 달래는 식의 싸움이 전개 되었다.

 

아내를 달래려다가 결국 나도 그 누구처럼 성질이  뻣쳐서 장을 본 검은 비닐봉지를 길거리에 남겨두고 그냥 떠나가 버렸다 결국 아내와 내가 함께 제갈길을 가다가 결국 내가 참지 못하고 아내에게 다가가서 사과를 하고 화해하여 다시 길거리에 놔둔 비닐봉지에 담긴 물건을 찾으러 되돌아 왔다.

 

그런데 길거리에 놔두었던 물건이 사라지고, 어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쏜살같이 지나가는데, 그 잠바 속에는 검은 비닐 봉투가 얼핏 보이는 것이 아닌가?.그 모습을 보고 순간 "야" 라는 소리가 나오려다가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 학생의 당황하던 모습이 나를  꼼짝못하게 만들었고,침묵하게 만들었다.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 시절 사는 것이 너무도 빈궁하여 너무도 아까운 음식물이였지만, 그 학생도 얼마나 사는게 어려웠길래 돈 몇푼 되지 않는 장을 본 음식을 훔쳐 가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눈을 돌려 하늘을 쳐다보면서 못 본척 해 주었다. 사는게 뭔지 허탈한 웃음만이 허공을 가로 질렀다.

 

 

요사이 자주 자동차에 밤손님이 말도 없이 드나 드는 것 같다. 아침에 나가보면 자동차의 실내가 온통 어지럽게 난장판이 되어 있는 것이다. 물건이란 물건은 다 들 쑤셔놓고 , 필요 할 때 쓰려고 나두었던 잔돈들이 싸그리 사라지는 것이였다.

 

밤손님이 잔돈 훔쳐 가는 재미에 빠졌는지 밤만 되면  끊임 없이 되풀이 해서 자동차 안을 뒤지는 것이다. 너무 자주 자동차안이 어지렵혀 있다보니 너무 한다 싶어 이 나쁜 인간을 잡아서 혼을 한번 내줄까 하는 생각에 몰래 감시해서 잡아 볼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였지만, 보나 마나 철없는 어린 학생들이 하는 짓일 거란 생각에  그냥 눈감아 준다. 언젠가는 철이 들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대신 일체의 돈을 넣어 두지 않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기가막히고 부끄러워 쥐구멍에 숨고 싶은 일이지만,  또한 어릴 때에 철없이 도둑질을 한 적이 많았다.국민학교 6학년 때에  지나가다가 길거리에 서 있던 택시안에서 기사의 사납금 지갑속의 돈까지  훔쳤다가 잡힌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집을 가출해서 떠돌던 나의 행색이 너무 남루하다보니 부모님은 계시냐고 물어 보았고 나는 고아 라고 거짓으로 대답을 하였다.

 

그러자 그 택시 기사는 나를 자신의 집에 데려다 키우면서 아침마다 택시 세차하는 일을 시키겠다고 하면서 짜장면을 한 그릇 사주고, 잠시 볼일을 보러 간다고 하면서 밖으로 나갔다. 그 사람이 나가자 마자 나는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줄행랑을 쳤다.

 

어릴 때 이런 몸쓸 짓을 하였던 내가 이제와서 다른 사람이 내 차안에서 잔돈 몇푼을 훔쳐 갔다고 하여 화가 치밀고 있으니, 참으로 똥묻은 개가 겨묻은 개를 나무라는 것이 아니던가 하는 생각이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유럽 선진국의 어느 나라에서는 도둑질을 당하는 것을 억울 하게 생각하기 보다, 그런 도둑이 생겨나게 되는 빈부격차를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한다. 때문에 도둑들이 물건이 필요 하면 언제든지 맘 껏 가져 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고 있기도 한다고 한다. 함께 어울려 살지 못하고, 사는 것이 어렵게 된 사람이 도둑질을 하는 것이 바로 자신들이 그들을 배려 하지 못한 잘못으로 여겨서 부끄러워 하고 양심에 가책을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도둑질을 한 도둑보다 도둑질을 하게 원인을 제공한 물건을 잃어 버린 사람에게 더 큰 책임을 물기도 한다고 한다. 남들이 물건을 탐을 내지 못하도록 감추고 잘 관리 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사람의 욕망을 불러 일으키게 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이런 관습 때문에 도둑질을 당하여도 아주 값비싼 것이 아니라면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배려 한다는 것이다. 이렀게 살다보니 나라에 도둑이 생겨날 수도 없을 뿐더러 강도나 살인같은 범죄도 거의 생겨나지 않는다고 한다.

 

똑 같이 알몸으로 태어 났으면서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는 호화롭게 살고 어느 누구는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하고 살기도 한다. 이런 세상이 분명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배웠으면서도 그냥 못본체 하며 살기도 한다. 그래보았자 인생은 하룻밤의 꿈인데, 꿈에서 깨어나기 전까지는 꿈인줄 모르고 사는 것이 인간이다.

 

김일성 마이클잭슨 노무현 이주일 이승만 최진실등등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 보면서 인생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깨달을 수 있으련만, 도대체가 깨달음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이 우리를 욕망의 구렁텅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인가?..

 

도둑질을 하는 사람이나 어려운 이웃을 보고도 눈감고 못본체 하는 사람이나 무슨 차이가 있는가? 똑같이 욕망의 불덩어리를 보물인양 움켜쥐고 살아가는 존재 들이다. 그 때문에 예수님은 비난받지 않으려면 비난하지 말라 라고 말씀 하신 것이리라.. 살려는 자는 죽고 죽으려는 자는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