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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내 친구 용수 이야기...

by 골동품나라 밴드 리더 2005. 4. 20.

택시를 운전하다가 옆을 보니 내 친구 용수가 정면을 응시하며 불안한 걸음을 열심히 걷고 있었다. 기계가 작동되는 느낌이랄까. 로보캅이 생각났다. 용수는 어릴적 죽마고우다. 사실 죽마고우라기 보다는 내 꼬붕이였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파출소도 함께 가고 여자친구들과 함께 산에서 잠을 청하기도 하고 가출하여 오랜 시간 우정을 나누었지만, 언제나 용수는 나에게 덤빌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냥 내가 하라는 대로 하는 처지였다.

 

오랜 세월동안 많은 희노애락이 있었고, 추억이 있었다. 그러다 내가 사회에서 사라지는 바람에 오랜시간 만남을 가지지 못했다. 우연히 내가 어릴적 여지친구를 택시일을 하면서 재회를 하는 바람에 어릴적 친구들의 인연의 끈은 다시 이어졌다. 그런데 여자와 남자가 만나면 이상한일이 벌어지는 경우는 당연한 일이였을까? 친구로써의 벽을 절대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일 것이라는 나의 관념을 깨버린 사건이 터졌다.

 

용수가 어릴적 여자친구와 사랑을 하기 시작한 것이였다. 여자는 이혼을 한 상태고 용수는 총각이였다. 어릴 때는 서로 쳐다 보지도 않더니, 나이가 먹어서 뗄레야 뗄수없는 자석같은 사이가 되어 버렸다. 친구들의 상상을 뛰어넘어 자연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놀라움은 잠시 뿐이다.

 

둘이는 정말 친구들이 질투와 부러음을 잔뜩 입에서 쏟아내게 만들 정도로 사랑을 우리들에게 과시 하였다.  값비싼 옷가지들을 정신없이 주고 받으며  금반지와 목걸이 커플링등..만나기만 하면 서로를 자랑하고 선물해준 것을 자랑하고 점쟁이에게 쉴새없이 찾아가서 혹시라도 찾아올 액운을 막기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아름다운 사랑 지고지순한 사랑 철철 넘치는 사랑속에는 언제나 질투의 화신이 찾아 온다는 불안감이 내 마음속에서 스쳐 지나갈 때에도 그냥 우려만으로 그치기를 바랬다. 친구들이 하나 둘 떠나간 자리에 이제 어릴적 친구도 얼마남지 않았는데, 세상을 등진 친구들처럼 된다면 내가 슬프고 허전해 져서 였다. 그 불타는 사랑속에서 여자친구가 용수처럼만 겸손함을 보이기를 바랬건만, 더욱 기고만장한 행동이 우려를 현실로 만들어 버렸다.

 

음주운전 차가 용수가 몰던 차를 추돌하여 혼수상태에 빠진 것이였다. 병원으로 달려가 보니 얼굴은 거대하게 변했고,도정히 살아날 가망성이 없는 듯이 두눈은 죽은자의 눈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여자친구는 제발 깨어 나기만 한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였다, 깨어나서 몸만 조금만 움직일 수 있다면, 평생을 데리고 살겠다고 말하였다. 여자친구는 보상금으로 몇억을 받을 수잇을 것이라고 하면서 환한 웃음을 짓기도 하였다. 보름이 지나자 눈을 뜨고 희미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한달 두달 점차 건강을 회복하기 시작햇다. 일년이 지나자 중풍환자 처럼 불안정하지만 걸어다니기는 하였다.

 

친구들의 모임에 나와서 목이 터져라 어눌한 목소리로 용수가 노래를 불렀다. 몸을 다친 후부터 신경질적인 사람으로 변했다. 나에게 만큼은 친구사이 였지만 한번도 욕을 하지 못했던 용수가 심심하면 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여자 친구는 이런 용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용수에 대한 온갓 험담을 하면서, 음성 꽃동네 보호시설로 보내던지, 용수의 새엄마에게 보내야 겠다고 선전포고를 하였다. 

 

사랑은 시간과 환경에 따라 가변되고 퇴색되는 것이건만, 영원할 줄로 알고 자랑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쓴웃음이 나왔다. 보상금은 얼마 나오지 아니했다. 친구들의 만류와 조언속에 용수의 여자친구는 용수와 함께 살고 있다. 용수의 보상금으로 아파트 전세를 얻고 지내는 중이다. 둘 사이는 지금 철천지 원수를 넘어 아예 남남처럼 쳐다보지도 않고 지낸다고 한다..사랑은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둘의 사이를 보면서 느끼고 있다. 지금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공존하지만, 이미 물건너간 사랑은 다시 돌아올 가망성은 없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용수가 남자 구실을 못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인지도 모른다. 이것이 둘의 사랑을 차가운 얼음으로 만든것인지, 아니면 바보같은 용수를 데리고 살 걱정이 차가웁게 만든것인지.. 그사실은 둘만이 알것이다..

 

용수에게 죽으면 죽으리라는 마음으로 죽기살기로 운동을 하여서 아놀드 슈왈제네거 처럼 몸을 만든다면 어느정도 정상인과 같아질 것이라고 하면서 열심히 운동을 하라는 권면을 마지막으로 차에서 내려 주었다. 몸이 나아지면 함께 산삼이나 캐러 가자고 덧붙이면서...사랑은 아무나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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