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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마눌님 운전면허 따다..

by 골동품나라 밴드 리더 2005. 5. 13.

아내에게 운전면허를 따라고 시달림을 주기 시작한지 어언 몇년만에 드디어  면허를 취득했다. 재촉을 가할 때마다 아내는 왜 자꾸 나보고 면허를 따라고 하느냐고 따졌다. 그저 웃어 넘기다가 어느날은 대답을 해주었다. " 내가 죽으면 아이들을 책임져야 할거 아냐.혼자가 되었을 때 운전면허라도 있어야 가족을 보살필 수가 있지. "..라고 말하자 아내는 왜그런 기분 나쁜 소리를 하느냐고 타박하였다.

 

나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자주한다.내가 하고자 하는 것인지 나도 모르게 생각이 드는 것인지 나도 모르겠다.  인간이란 존재는 죽음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존재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그 순간동안에는 죽음이 무엇인지 언제 죽을 것인지 전혀 생각치 않고 지내게 됨으로써 영원히 살것이란 환상에 젖게 된다.

 

영원히 살것으로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때문에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욕망과 욕심이라는 끈을 강하게 부여 잡고 살아가는 것이다. 내일 죽을 것을 알았더라면, 그토록 욕심을 부리지 않았을 것을..내 아이들과 내 아내와 내 이웃과 좀 더 향기로운 삶을 나누며 소중하게 보냈을 거을... 하는 후회의 눈물을 죽음앞에서 흘리지는 아니했을 것이다..

 

인간을 가장 바보스럽게 살아가게 만드는 것이 죽음에 대한 망각이다. 망각 그것은 남은 생의 계획이나 목표 가치의 본질을 분별하지 못하게 만든다. 일생을 바쁘게 허덕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이유는 생의 종착역을 망각한 이유 때문이다. 나는 이런 망각의 세월을 살아가던 내 모습이 너무 싫어서 의도적으로 죽음을 생각한다. 매 순간 순간을 죽음을 준비하며 살아간다. 그렇다고 죽음을 생각한다 하여 모든 것을 포기 하는 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내 욕망이 부질없다는 것을 일깨우는 그 죽음의 사념이 내 생을 되돌아 보게 해주는 힘이 되어 주기에 더 할 나위없이 좋은 약이 됨을 느끼는 것이다.

 

내가 어느 순간 병이나 사고로 죽음을 맞지 할지라도 내 아내도 내 아이들도 언제나 죽음의 시간을 생각하며 살아가던 나처럼 그들도 그런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죽음을 자주 이야기한다. 아내는 그런 나를 못마땅해 하지만,나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죽음 예찬론자 처럼 행동한다. 아내는 면허를 취득했다. 필기만 합격하면 더이상 바랄것이 없다던 아내는 필기에 합격하자 이번에는 기능만 합격하면 더 이상 힘들것이 없을 것 같다고 말하였다. 기능에 합격하지 이번에 도로주행이 가장 어려워 보인다고 말하였다.언제나 눈앞에 닥친 것이 가장 어려운 법이라는 사실을 인간은 깨닫지를 못한다.

 

 

멀리 보이는 것은 쉬워 보이고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만 내 목전에 다가온 것은 너무도 힘겨워 보이는 것이다.죽음도 이런 것이다. 죽음이 눈앞에 보이지 않다보니 죽음이 언제나 남의 일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다가 눈앞에 다가와야 눈물을 흘리고 고통에 몸부림치고 후회의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망각이 인간을 동물적 본능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것이다.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힘이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신적인 능력이라고 본다.나를 날마다 죽이는 그 능력에 감사하는 삶을 사는 것을 나는 은혜의 삶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