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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돈내기를 걸었던 이야기

by 골동품나라 밴드 리더 2002. 11. 3.


몇년전 이야기이다.

밤늦은 시간에 술에 취한 손님을 한 분 태웠다. 차림새로 보아 꽤 젊잖은 분 같아보였다. 그리멀지도 않은 곳에 가시는 분이였다. 목적지에 다 도착하니 2500원 정도 나았다. 그런데 이 분이 마구 화를 내시는 것이였다. 요금이 많이 나왔다는 것이였다. 평소에는 2300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왜 2500원이 나왔냐는 것이였다.나는 신호에 걸려서 시간이 길어져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그런대도 이 분은 믿지를 못하고 택시회사가 어디냐 파출소에가자 라는등 역정을 내었다.

 

미터기가 잘못됐다는 것이였다.나는 이런 일은 파출소에 가서도 될일이 아니라고 하면서 돈을 안받을 테니 그냥 가시라고 했다. 그런데 그 말이 자신의 자존심을 오히려 상하게 만들었는지 극구 파출소에 가자는 것이였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였지만 나는 그 분을 데리고 파출소에 갔다. 가서 자초지정을 말하니 파출소 순경은 이런 하찮은 일로 왔냐고 막 나무라는 것이 아닌가? 손님은 돈이 더나왔다는 말 외에는 묵묵부답 이였다.

나는 손님을 태우고 다시 되돌아 왔다. 오는 도중에도 계속 미터기가 잘못됐든지 조작을 하였던지 한것이라면서 날 나무랐다. 그저 무어라고 한들 듣고만 있었다면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으련만 나는 이기심과 자존심이 많은 인간인지라,자꾸 대들고 반론을 제기했다. 그 때문에 나는 급기야는 그 분의 심한 욕설을 엄청 들었다. 육두문자를 들으면서도 같은 방법으로 대응을 못하니 나는 욕하거나 화를 내는 사람들 앞에서나 폭력을 휘두르는 자들 앞에서는 쑥맥일 수 밖에 없다.물론 내가 그저 잘못했습니다. 하고 아주 낮은 자의 모습을 보였다면 그같은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으련만,도대체 잘못이 아닌것을 가지고 잘못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잘못을 끝내 못고치고 되풀이 할 뿐이라는 이유로 조목조목 반론을 제기하니 손님이 기분이 상했는가 보다. 파출소에서 되돌아 오면서 손님은 나중에는 내기를 하자고 제의했다. 다시 자신이 탓던 곳에가서 미터요금기를 눌러 요금을 확인하자는 것이였다.자신이 이기면 내가 5만원을 주고 자신이 지면 나에게 5만원을 주겠다는 것이였다.

자기는 신협 이사장이라는 사람인데 결코 실수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면서 잘못을 고쳐야 된다고 하였다.나는 그러자고 하였다. 그리하여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미터기를 눌렀다. 대신 신호등이 파란 불이면 건너지 말고 기다렸다가 다시 파란불이 켜지거든 가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서....그리하여 목적지에 도착하니 오히려 요금이 백원이 더 나왔다. 그러자 이 사람은 다시 하자고 했다. 거금 5만원을 주면서.. 나는 밑질게 없다고 생각하여 다시 되돌아 갔다. 그리고 출발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더욱 자존심이 상했는지 다시 5만원을 주면서 또하자고 하였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제 돈이 다 떨어졌는지 오줌을 싸고 오겠다고 하면서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였다. 나는 돈을 돌려 주지 않았다. 나는 욕을 얻어먹은 댓가라고 자위했다.나는 일할 기분이 나지않아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아내는 그 사람이 고소라도 하면은 어떻하냐고 하면서 그 사람이 이사장으로 있다는 신협에 가서 돈을 돌려 주라고 했다. 나는 싫다고 했다. 그 사람은 돈이 많은 사람이고 내가 욕을 얻어먹은 생각을 하면 돈이 많은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 에 나오는 주인공의 자기 합리화가 나에게도 적용된 것이였다.마음이 편치가 않은 가운데 나날들이 지나났다.

그리고 몇칠 후 엉뚱한 사고가 생겼다. 말도 안되는 이상한 일이라고 난 생각했다. 난 치료비로 4만5천을 부담했고 보상비로 10만원을 주었다.차에 치이지도 않았는데 사고가 생긴 탓이다. 나는 5천원을 제외한 14만 5천을 지불한 것을 생각하고 신협 이사장 이라는 사람을 떠올렸다. 그 사람과 내기에서 벌은 돈이 원가를 제외하고 모두 되돌려진 느낌이였다.나는 인과응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였다. 돈 앞에서 초연치 못하고 욕심을 부렸던 내 자신이 한심스럽고 부끄러웠다. 참으로 이 세상에서 사는 일은 부끄러움의 연속이다. 이런 더러운 몸으로 주님의 은혜를 사모하니 수치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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