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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내 친구 뻥구 이야기

by 골동품나라 밴드 리더 2002. 9. 3.


나의 친구중에 뻥구라고 부르는 친구가 있다.벙어리 친구이다. 어릴때부터 알고 지내던 죽마고우이다. 중학교를 그만두고 극장에서 잠시 일을 하게 되었을 때 친해졌다.예전에 극장에서는 과자니 껌이니 오징어 땅콩등을조그마한 나무 상자에 담아 가지고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들이대며 물건을 팔던 시절이 있었다.특히나 극장에서는 데이트족이 많았기에 이들에게 계속 귀찮게 찾아가서 물건을 들이대면 애정행각을 방해하는 것을 못견뎌 물건을 사주곤 했다.완전히 강매였던 셈이다.

 

극장에서 이렇게 물건을 팔며 친해진 친구였다. 이 친구는 벙어리라는 약점 때문인지 상당히 물건을 잘 팔았다.그런데 이 친구가 이제 나이가 먹어서 범죄자가 되어 감호를 받고 청송교도소에 수감중이다. 그런데 감호를 받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두번째다.

내가 어릴때 광주에서 두 명의 어린 수매치기들이 천안에 왔다. 나는 이들에게 많은 물질적 도움을 받았기에 이들을 비호하며 같이 어울려 지냈었다.그런데 둘중의 한명이 너무 버릇이 없어 보여 크게 혼내 주었더니 광주로 되돌아갔다. 그런데 나머지 한명이 천안에 남아 수 많은 자신의 제자들을 양산시킨 것이다.그 덕분에[?] 나의 친구들이 감호소에 가게 되었다. 그중에 한명이 뻥구이다.

언제나 거지 같은 초라한 차림으로 지내던 뻥구가 어느날 삐까번쩍하게 내 앞에 나타났다. 소매치기가 되어 물질의 풍족을 누려보게 된것이다.그러나 물질적 풍요는 거져 얻는 것이 아닌 그만한 댓가가 주어지는 것이였다. 뻥구는 여러번에 걸쳐 교도소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장애자라 용서가 되었지만 뻥구는 오히려 그것을 이용하여 더욱 범죄를 저질렀다.그리하여 계속 들어가다보니 용서가 안되어 나중에는 사회와 완전히 격리시킨다는 감호소에 가게 된 것이다.나는 뻥구를 볼 때마다. 범죄를 하지 말고 그냥 일이나 하라고 말을 했다. 허나 뻥구에게는 이 말이 귀에 들어올리가 없었다. 자신이 누리는 쾌락을 버릴수가 없었던 것이다. 편하게 돈을 벌 수있는데 고생하며 쥐꼬리만한 돈을 벌 수는 없다는 것이다.

뻥구는 장애자 학교를 다녀보지도 않았기에 한글도 몰랐다. 정상적인 수화법도 몰랐다. 그저 손짓발짓으로 하는 보디랭귀지로 대화를 할 뿐이였다. 그러다보니 아주 짧은 대화만이 가능한 것이였다. 뻥구에게는 삶을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좋은 방법인지 가르쳐 줄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먼저번에 뻥구가 감호소에 가게 되었을 때 나는 편지를 많이 보내주었었다. 그러면 뻥구는 다른 사람을 시켜 답장을 보내주곤 했다. 감호소에서 한글도 조금 배워서 성경책도 가지고 다니고 예배에도 참여했나보다.나는 다른 사람보다도 뻥구에게 주님의 은혜가 임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나는 뻥구가 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취업보증서를 보내 주었다 . 과연 사회에 빨리 나오는 것이 옳는 것인가 하는 회의감이 끊임없이 들었지만.... 뻥구가 다시 범죄를 저질러 또다시 감호소에 갈까 하는 염려 때문이였다.

이런 나의 염려대로 뻥구는 다시 감호소에 가게 되었다. 감호소에서 나온 뻥구를 아무도 반겨줄이는 없었고 피폐한 가정환경만이 그를 괴롭힌 것이였다.누구하나 뻥구의 취업을 위해 나서는 자가 없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의 직업조차 구하지 못하는 내코가 석자의 처지에서 뻥구에게 관심을 쏟을 수가 없었다.나만을 우선 생각하는 욕심 때문이였다.뻥구는 다시 소매치기를 하였다. 난 그를 볼 때마다.제발 그 짓을 하지 말라고 말렸다. 다시 감호소에 가게 된다고 말을 했었다. 그런데 뻥구는 한번은 용서가 된다고 생각했다.한번은 감호를 받지 않고 법의 선처를 받을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아마 같이 다니는 패거리들이 그렇게 뻥구에게 말을 한 것 같다.

그런데 뻥구는 현재 감호소에 가있다.나는 뻥구가 잡혔다는 소리를 듣고는 면회를 갔다. 그런데 감호가 붙지 않았다고 좋아라 했다. 그래서 나는 판사에게 쓰려던 뻥구에 대한 탄원서를 쓰지 않기로 작정했었다.그런데 감호가 붙지 않았다고 좋아하던 뻥구의 말은 뻥구가 잘못알았던 것이였다. 후일에 뻥구에게 면회를 가려고 여기저기 알아보니 감호를 받고 감호소에 있다는 것이였다. 감호소는 너무도 외진 청송에 자리하고 있어서 면회가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이렇게 나의 친구 뻥구는 지금 청송감호소에서 지낸다.가끔 나에게 편지가 온다.물론 동료들을 시켜서 쓴 편지다. 그런데 엊그제 편지를 받으니 마치 나를 뻥구의 공법자로 여기는 듯한 편지글이 적혀 있었다.나보고 같이 어울려 다닐때는 언제고 거들떠도 안본다고 한탄하는 소리였다. 그리고 돈을 좀 부치라는 것이다.나는 가난한 자를 보고도 못본체하며 산다.어쩌면 뻥구는 나같은 이기주의자들 때문에 나같은 나만을 생각하는 자들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 인간들은 참으로 자기 자신밖에 모른다.남의 일은 남의 일일 뿐이다. 허나 주님도 그렇게 생각하실까? 이런 더러운 육신의 생각은 분명 주님의 뜻은 아니니라.참으로 주님의 은혜를 소망하는 일이 얼마나 가증스런 일인지 나의 모습을 보며 깨닫는다. 허나 이런 더러운 육신을 깨끗게 하실 분은 오직 주님의 은혜뿐이다.참으로 욕심만은 우리 기독교인들 때문에 주님은 옥에 갇혀 지내고 굶어 죽으시고 고아로 지낸다.주님을 거들떠도 안보고 사는 우리들의 모습앞에 실로 부끄러워하는 애통한 삶을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