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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토고에게 미얀하다고 말해야 했다.

by 골동품나라 밴드 리더 2006.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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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토고 선수들이 왜그리 불쌍하게만 보이는지...지난날 가난에 쪄들어 휑한 눈을 말똥말똥 뜨며 거지차림으로 신기한 듯 쳐다보던 흑백Tv의 화면에 나타난 조상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애국가가 두번 울리는 것이 승리의 징조라고 떠벌리는 아나운서의 멘트와 자기나라의 국가가 나오지 않아서 당황해하던 토고선수들의 상반된 모습은 더욱 충격적이였다.

커다란 눈. 놀라는 눈빛이 계속되는 빈곤국 토고선수들의 모습은 애처로와 보일 뿐이였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동네축구장에서 마구잡이식 축구만을 하며 자란 선수들이 강한 긴장으로 몸이 늘러 붙어버린 우리나라 선수들보다 휠씬 잘했다. 그리고 골이 터졌다. 기뻐하던 토고 선수들.. 승리만 할 수있다면.. 그 지독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 날 수있을텐데.. 라는 마음가짐이 도사렸는지도 모른다. 수비위주로 경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게속적으로 파상공격을 하였다면, 우리나라 선수들은 더욱 주눅들어 몇골을 더 내 주었을 지도 모른다.

아데르 바요의 눈빛은 아무리 봐도 슬퍼 보였다. 골을 넣었는데도 왜 그리 슬퍼 보였을까?. 지난날 우리들의 모습이 떠올라서였을까?. 식민지의 그늘에서 살던나라, 독재의 망령에서 허수아비처럼 살던나라..가난의 찌든 때속에서 미국의 노략물로 전락한 나라. 비참했던 우리나라의 모습이 토고선수들의 눈에서 비쳐졌다..

이천수 선수가 골을 넣었다. 기뻐서 열광하던 선수와 팬들 속에서 바보같은 눈으로 침울해 하는 토고선수들이 보였다. 아이엠쏘리... 나는 미얀하는 말이 마음속에서 나왔다.

안정환선수의 두번째 골. 더욱 광적인 열광을 하던 우리나라 팬들과는 달리 그들의 눈은 더욱 슬퍼져 보였다.

이제 시간은 얼마남지 아니했다. 한국선수들은 시간을 끌기 위해 공을 빙빙 도리면서 날 잡아봐라하고 놀리는 듯이 보였다. 가장 가난한 나라 배운것이 없어 무지한 모습이 얼굴에 배여 나오는 선수들.. 프랑스나 독일 브라질 같은 팀과 싸우면서 골을 빙빙 돌렸다면 나는 충분히 이해 하였을 지도 모른다.이 때부터 비겁한 경기를 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조금씩 들었다.

그런데 일분여를 남기고 문전 앞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열광하는 팬들..그러나 세계사적으로 유례없는 이상한 광경을 세계4강 신화를 이룩한 나라 대한민국 대표선수들이 이룩해 놓았다. 문전 앞에서 얻은 프리킥을 1분을 남겨놓고 시간끌기를 한것이다.

독일 관중들의 야유와 조소가 쏟아 졌다. 어찌 독일 사람들 뿐이랴.. 가난한 나라 불쌍한 나라 토고를 상대로 그런 비겁한 경기를 한것이 내 눈에는 가히 충격적이 였다. 인류의 화합과 축제의 장인 월드컵이 승리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비겁한 짓도 정당화 되는 현실을 보면서.. 인류애적 사랑을 외치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숨었는지 찾아 볼길이 없는 듯이 보였다.

그 뿐 만이 아니였다. 경기가 끝나고 토고 선수들은 우리나라 선수들의 승리를 축하해주면서 선수복을 바꿔가기 위해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찾아왔다. 그런데 선수들이 승리를 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하느님께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 중언부언 하는 기도 과연 남을 비참하게 만든 것이 하느님의 축복이란 말인가?. 차마 부끄러워 그런 기도를 하지 못하련만.. 기복신앙만을 주입시킨 한국목사들의 잘못에서 기인된 기형적 신앙인 것이다.

선수 유니폼을 얻기 위해 한참을 기다리는 토고 선수들의 모습이 더욱더 애처로워 보였다. 남을 전혀 배려 하지 못하는 선수들.. 이것이 우리나라 스포츠계에 만연된 잘못된 풍조이다.

내가 선수 였다면 가장 먼저 토고 선수들을 찾아가서 아이엠 쏘리 라고 말하였을 것이다. 내가 감독이였다면 불쌍한 토고를 위해서라도 끝까지 페어 플레이를 하였을 것이다. 패배하면 어떤가?..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숭고한 정신이라면, 스포츠에서도 가장 필요한 것이 휴먼이즘일 것이다.. 전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자국의 승리만을 바라는 이기주의 빠져 더티한 플레이를 당연한 듯이 할지언정.. 우리나라 선수들만큼은 예의와 스포츠 정신을 지킬줄 아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세상은 함께 살아가는 곳이지, 나만 잘먹고 잘살겠다는 짐승들이 살아가는 곳이 아니다..여보시요.. 인류애적 사랑을 외치며 정의를 부르짓던 한국사람들 어디에 숨었는지 알고 있소.... 여보시요 거기 누구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