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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산속을 ..

by 골동품나라 밴드 리더 2004. 9. 4.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산속을 .. 12

걷기로 작정한 날 아내는  바리바리 밥을 싸고 준비를 했습니다.그런데 준비가 끝난듯이 보여 먼저 차에 시동을 걸려고
내려가려하는데. 아내의 괴성이 아파트를 진동합니다.

깜짝놀라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보니 소리를 고래고래 지릅니다. 왜 빈손으로 나가냐는 것이죠. 준비한 물건을 들고가라는 것입니다. 내가 보기에는 아내 혼자 들고가도 별로 무거워 보이지도 않는것 같은데, 아내는 자기가 열심히 준비한 것을 자기가 들고 나가는게 서운했나 봅니다.

' 에이! 아무나 들고가면 되지 뭐 힘들다고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난리가!' 라는 말을  하며 투덜거리며 나갔습니다.

그리고 산에 올랐습니다.나는 산속의 계곡물을 따라 걸으면서 내 아이들을 나처럼 계곡물을 따라 걷는 기쁨을 안겨 주어야지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 기회였습니다. 아내에게 게곡물을 따라 걷는다고 말을하자 의외로 흔쾌히 승낙을 하더군요.

계곡물을 따라 걷자니 나무와 풀이 끊임없이 걸음을 방해했지만, 그 어려움을 네살박이 대민이는 잘도 헤쳐 나가더군요...물론 오르기 힘든 높은 곳은 올려 주었지만.....
딸과 아내는 힘은 들지만 아주 멋있다고 정말 좋다고 연신 떠들더군요..

칡꽃을 따서 가족들에게 먹이니 쓰지만 맛은 괜찮다고 하면서 먹더군요.  개복숭아와 머루잎도 따서 먹였지요. 몇시간을 걷다보니 배가 고프다고 난리더군요..그리하여 추어탕에 들어가는 산초 열매를 따서 먹으라고 주었더니 한개씩 먹어보고는 입에 불이 난다고 난리를 치는 것이였습니다.

아마 아내나 딸은  그 맛의 경험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내의 성질이 다시 폭팔했습니다. 더 이상은 힘들어서 못간다는 것이죠.. 그러나 아내를 달래서 오르기를 시작했지만  금방 지친 탓인지 다시 짜증을내고, 이제는 도저히 못가겠다면서 먼저 아니들을 데리고 내려가겠다는 것입니다.  도저히 달랠수 없음을 느끼고는 내려가기를 허용했지요...

그리고 한참을 돌아다녀서 예전에 보았던 머루나무를 찾았는데 세상에 그 커다랗던 잣나무를 모조리 베어버린 탓에 머루가지는 찾아볼 수가 없더군요.머루나 다래나 으름등 산열매들은 대부분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줄기나무들인데
나무를 베어버리니 같이 베어지는 것이지요...

실망을하고 산을 내려가는데 아주굻은 소낙비가 심하게 내립니다. 아! 얼마만에 맞아보는 소낙비인가? 이런 기분을 어찌 도시에서 맛볼 수있으랴!... 라는 생각을 하면서 흠뻑젖은 옷을 보며 묘한 쾌감을 느꼇습니다.

아이들에게 심하게 퍼붙는 소낙비를 같이 맞으며 걸어야지 하는 계획을 세웠었는데, 오늘이 좋은 기회였는데.. 아내가 먼저 내려간 탓에 그 좋은 경험을 안겨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세차게 쏫아지는 소낙비를 맞는 즐거움은 맞아본 사람만이 알 수있습니다. 그것도 아무도 없는 산속 오솔길을 걸으며 맞는 묘미는 어쩜 신비감마저 느껴지게 만듭니다.....

여름날 깊은 산속에  올라 보십시요!


***아내가 힘들게 준비한 점심도시락은
제가 깜빡잊고 아파트 화단에 놓고 왔더군요. 아내와 아이들은 배가 고프자 차안에 있던
마른 다시마를 다 먹었더군요. 마른 다시마는 제가 운전하면서 심심풀이로 먹는 것인데 그 짠 다시마를 잔뜩 먹었으니 배가 이상하다고 난리더군요.

점심도시락 문제로 티격태격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친구의 전화가 왔습니다.
같이 점심을 먹자는 것입니다. 제가 산에 간다고하니 놀러왔더군요. 그 친구가 산채 비빕밥을 사주어서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아내의 찌프리던  얼굴도 맑아졌지요...

배가 불러 기분이 푸근해진 탓인지 돌아오는 길에는 차안이 히히낙낙 하는 소리가 넘쳐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