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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사탕일까요, 콘돔일까요?

by 골동품나라 밴드 리더 2007. 10. 10.

 

헛되고 헛된 세상속에서 인간처럼 구상유치하고 어리섞고 철부지 같은  존재도 없다는 것을 날마다 느끼고 살아가지만, 그 어리섞은 짓은 날마다 반복하는 것이 인간일 것이다. 나 또한 남들과 다를바가 없으니 보잘것 없는 일로 아내와 티격태격 부부싸움이 그칠날이 없다.

 

언젠가는 명절난 온 가족이 텔레비젼을 보다가 갑자기 북한에는 강원도가 있느냐 없느냐 라는 논쟁으로  가족 모두가 논쟁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나는 " 강원도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만구암자" 라는  노래가사를 들먹이며 북한에도 강원도가 있다는 주장을 하였고, 아내는 북한에 강원도가 있다는 것은 들은적이 없다고 하면서 박박 우기기 시작하였다.

 

이런 강한 어조의 아내와 함께 온 가족이 동조하며, 같은 편이 되었고,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다보니 , 결국은 나 홀로 강원도가 북한에도 있다고 우기게 된 형국이다 보니, 사면초가에 몰린 듯 바보스런 처지가 되었었다. 아내는 방송국에 까지 전화를 하였고 방송국에서는 북한에 강원도가 없다는 식으로 답을 하였나 보나 기세등등해진 아내는 더욱더 소리를 높였고 결국 나는 허허 웃으며 "그래 내가 졌다 "하고 항복을 하고 말았고,웃음띤 얼굴 뒤에는 씁쓸한 여운이 내 맘을 스치고 지나갔다.

 

다음날 인터넷을 뒤져보니 북한에는 분명 강원도가 있었다. 그 자료를 뽑아서 보여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자료가 잘못된 것이라고 박박 우겼다. 이런 아내를 누가 당해내랴 그져 언제나 처럼 " 그래 내가 졌다"라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을 뿐이다.

 

그런데 엊그제 언제나 그렇듯이 왁자지껄 하도록 논쟁이 벌어졌다. 췌장암에 걸려 지금은 고인이 된 탈렌트  김주승이 열연한 드라마인지 영화인지를 편집해서 보여주는 것을 보다가 논쟁이 불붙은 것이다. " 다시 사랑할래요" 라는 것으로 기억되는데, 극중에서 김주승이 성인용품점을 사진기로 찍다가 어느 여인과 맞부딛치는 바람에 여자가 들고 있던 선물보따리가 떨어졌는데 그속에서 많은 양의 사탕처럼 생긴 것이 빠져 나왔던 것이다.

                               

김주승이 그것을 보고 놀라워 하였는데 , 그것을 함께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그것이 콘돔이 아니라 사탕이라고 박박 우기는 것이였다. 아내는 화이트데이날 남자 친구에게 주라고 그 여자의 친구가 선물한 것이니 만큼 사탕이 분명하다는 것이였고, 나는 하찮은 사탕같은 것을 가지고 극중에서 놀라워 할 이유도 없으며 그런 시시콜콜한 내용은 이미 시청자들의 무딘 마음을 열수 없다고 하면서 콘돔이 틀림없다고 주장 하였다. 잠시 후에 다시 김주승이 " 그 여자를 다시 재회하는 장면에서 그녀를 손으로 가리키며" 콘돔" 이라고 말을 하였지만, 아내는 한참 방송국에다 전화를 하느라고 경황이 없어 그 장면을 보지 못하였다.

 

아들 대민이에게 " 대민아 콘돔이라고 했지" 라고 하자 대민이는 " 골돔"이라고 했는데'  라고 하면서 골돔이 뭐야" 라고 물어 보았다. 아들의 질문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아내와 계속 논쟁이 되었고 결국 아내는 방송국관계자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사탕이에요 콘돔이에요?질문을 하였고,아내는 "아 네 그래요 "하면서 목소리가 병에 걸린 닭처럼 작아졌지만 , " 그 여자가 성인용품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커피숍에서 나온 것이잖아.희은아빠는 서인용품점에서 나온거라며 " 하면서 소리를 치고 문을 꽝 닫으며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인간처럼 지기싫어하고,승부욕이 강한 존재도 없다는 것을 아내가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물인 것이다.

 

아들은 나에게 " 아빠 골돔이 뭐야 라고 또다시 질문을 하였고,나는 어릴적 콘돔을 가지고 풍선을 불던 생각이 나서 " 아주 단단한 풍선이야" 라고 대답을 해주었다. 이런 보잘것없고 하찮은 것에 대해 묵숨이라도 걸린양 논쟁을 벌이는 인간의 삶을 보면서 참으로 어리섞고 무지한 존재들이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것이 인생이다.. 쎄라비..

 

고집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나의 아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