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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구데기를 보면 소름이 끼친다.

by 골동품나라 밴드 리더 2008. 5. 5.

 

어떤 사람은 쥐만 보면 징그러워서  벌벌 떨고, 내 친구중에 배짱이 좋은 친구  한명은 세상 그무엇도 두렵지 않다고 자부하며 살면서도 유독 뱀앞에서만 서면 한없이 작아져서 오그라들어 보일 정도로 최고의 겁쟁이가 된다. 뱀이라는 말만 들어도 두려움에 떨 정도다. 그런데 나는 뱀같은 것은 맘껏 가지고 장난을 칠 정도로 귀엽게 생각하지만, 유독 우글우굴거리는 구데기만 보면 전신에 소름이 짝 돋고 기겁을 하게 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가 나의 생각에는  어릴 때 재래식 화장실에서 수많은 구데기가 꿈틀거리는 것으로 보고, 그 구데기들이 꼬물꼬물 기어 올라와서 발가 벗겨진 내 엉덩이 쪽으로 , 또는 발쪽으로 기어 오는 것을 보고 두려워 떨던 기억이 마음속에 잠재한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변소에서 일어 났던 그 어릴적 기억만으로 다 큰 어른이 아직도 소름이 돋는 것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면서 거기에 덧붙여  아마도  어릴 때부터 들판과 개울가  산과 쓰레기장등  온갓 곳을 다 돌아다니다가 죽은 생선이나, 죽은 동물의 사체 속에 가득 들어 찬 구데기 수천 수만 마리가 꿈틀꿈틀 바글바글거리는 모습을 보고난 후 소스라 치게 놀라던 두려움의 반복적 경험이 아직도  구데기만 보면 소름이 끼치도록 습관화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환자를 치료하기 쓰이고 있는 구더기*

 

요즘은 산에 다니느라 낚시를 다니지 아니하지만 예전에는 종종 낚시를 다니기도 하였다. 그 낚시 미끼중에  구데기를 쓰기도 한다. 특히나 빙어 낚시는 구데기를 미끼로 써야 고기가 잘 낚인다. 나는 빙어 낚시에 항상 구데기를 사용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징그러운 구데기의 회상 때문에 징그럽고 께름찍한 생각이 영 떠나지를 아니하고, 또한  구데기를 먹고 낚인 고기를 회로 먹는 다는 것이 왠지 찜찜하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되풀이 해서 들기도 한다.

 

 

빙어낚시용 구데기는 분명 똥뚜간의 구데기와는 완전히 다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똑같다는 생각이 전혀 가시지를 않기에 께름칙한 생각이 도저히 떠나지를 못하는 것이다. 아무리 그리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사라지지 않는 찰거머리같은 것이다.

 

오늘 나는 약초와 효소등을 저장 해 둘 수 있는 시골집에 다녀왔다. 많은 분들의 도움과 배려 덕분에 그렇게도 간절히 원하던 시골집이 어렵사리 생겨 났다. 그곳에 가서 먼저 살던 분들이 놓고간 항아리를 닦으려고 보니, 다 썩어빠진 된장속에 시꺼멓게 죽어있는 구데기가 항아리속에  하나가득 차 있었다. 그것을 쳐다보는 순간 언제나처럼 소름이 짜-악 스쳐지나갔다..

 

그렇다고 그 항아리를  버릴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마지못해 하면서도 항아리를 물로 깨끗하게 청소를 하였지만,항아리에 붙어 있는 씨커먼 구데기를 떼어 낼때는 그 놈의 께림칙한 생각이  영 가시지를 아니했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인간은 자기 자신의 어릴 적 기억에 의해 모든 사물의 판가름과 결정권이 정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예를 들어 어릴 때 부터 부모가  도둑질을 한 사람을 가리켜  "저 사람들도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이기에 저런 짓을 하게 된 것이이며 나만 잘먹고 잘살면 된다는 마음으로  그들을 도와주지 않은 우리들의 잘못도 큰 것이란다. "라고 가르침을 받은 사람은 도둑을 나쁘게 평가하지 않고 가엾은 사람이라고 자연적으로 생각하게  되지만, "도둑들은 아주 질이 나쁜 사람들이라 손톱만큼의 애정도 주어서는 안된다" 라고 부모에게 가르침을 받은 사람은 평생 도둑을 질나쁜 사람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것이 잠재적 선입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즉 우리가 나쁘다고 판단하는 것은 거의 모두가 어릴 적 기억과 연관이 있으며,  상대성에서 탈피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탓에 내가 옳고 그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올바른 정의나 가치관이 아닌 편견이 들어 찬 것일 확율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런 면에서 바라본다면, 인간이 생각하는 선과 악의 기준이 하느님의 뜻과 부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일 수있다. 성경에서 인간은 선을 행할 수가 없다고 가르치는 것은 바로 이같은 인간의 본질을 알려주는 말씀 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실을 깨우치지 못하고, 내가 확신하고 지켜나가는  윤리와 도덕을 가지고 남을 가르치거나 훈계하는 자들이 있다.

 

내가 옳다고 말하는 가치 기준이라는 것이 나의 편견으로 인해   왜곡된 것일 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인간은 감정을 가진 존재다. 감정이란 언제나 육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장 먼저 내 자신부터 챙기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게 된다. 이런 나의 아집과 편견을 보면서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 세상것이 아니라 오직 주님의 은혜임을 알아야 한다.부질없는 세상속에서 내 마음속에 가득찬 편견과 욕망을 느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주님의 은혜일 것이다.

 

*내가 바라보기에 구데기가 징그러운 것이지 구데기들의 입장에서 보면 구데기처럼 아름다운 것이 없으며,새들의 입장에서 보면 구데기처럼 맛난 음식도 없다.하느님의 보시기에도 아릅답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