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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야외에서 내맘대로 올린 나의 결혼식 이야기...

by 골동품나라 밴드 리더 2008. 12. 2.

 

아내와 살게 된 지도 어느덧 20여년이 되가는 것 같다. 한집에서 부부로 지낸지, 10여년이 될 때쯤 올리지 못한 결혼식을 올려야 한다고 주변에서 자주 이야기를 해왔었다. 아내와 함께 지낸지 10여년이 지났지만, 가진 돈도 없고 형식적인 결혼식같은 것을 굳이 할 필요가 있느냐 라는 나의 사고방식 때문에 결혼식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었다. 어쩌면 가난 때문에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것에 대한  변명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아내도 그냥 사진관에서 결혼사진만 찍자고 한 것도 결혼식을 하지 않으려고 한 이유도  될 것이다.

 

그런데 나의 친 동생이 결혼식을 하고 싶은데 내가 결혼식을 하지 않으니, 미루고 있다며 걸혼식을 재촉 하는 것이였다. 그리하여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평소에 결혼식장에서 로보트마냥 정해진 순서에 따라 조급하게 치루어 지는 결혼식에 대해 심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고, 남들이 하는대로 무작정 따라하는 형식적인 행동을 싫어하는 나의 성격으로 인하여  나는 그냥 야외에서 내 마음대로 결혼식을 해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먼저 결혼식장소를 물색하다가 천안삼거리공원으로 정하였다. 그러나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때에 올리는 결혼식이니 만큼 최대한 비용을 줄이지 않으면 안되었다. 가장 싼 양복을 기성복집에서 구입하고, 구두와 와이셔츠는 그냥 전에 신고 입던 것을 착용하기로 하였다.

 

그 때 예물이란 것을 살 돈도 없었지만, 그것은 낭비일 뿐이라는 생각에 하지 않기로 하였다. 그런데 아내는 결혼식인데 반지라도 한 개 끼고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고 하였다. 반지를 낀다고 누가 손을 쳐다보느냐고 하면서 반대를 하였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반지는 꼭 끼고 싶다는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결국 2만 9천원짜리 실반지 하나를 사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내의 결혼식 웨딩드레스였다. 하룻중에 길어야 한 두시간 동안 입고 벗어 버릴 옷인데, 왜그리 비싼지....그냥 양복과 투피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리자고 주장을 하였지만, 장모님은 하나뿐인 딸자식 결혼식 하는데 웨딩드레스는 입어야 하지 않겠나면서 꼭 웨딩드래스를 입고 결혼식을 하라고 야단을 치셨다. 여기져기 돌아다니다가 가장 져렴하게 웨딩드레스를 빌려 주는 곳을 찾았다.

 

신부화장과 웨딩드레스 대여비용을 합쳐서 30만원이였다. 나는 그것도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여 고민을 하였지만, 아내는 비싼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40만원짜리 웨딩드레스를 입어 보더니 너무 맘에 든다면서 입게 해달라고 사정을 하였다. 그런데 나는 한 두시간 입고 벗어 던질 옷과 화장을 40만원씩 주면서 까지 해야 되느냐고 하면서 극구 반대를 하였다.

 

실랑이를 벌이다가 내가 제안을 하였다. 30만원짜리를 선택하면 전자렌지 10만원짜리를 사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아내는 전자렌지의 유혹에 넘어가 내 말대로 30만원짜리를 입게 되었다. 그렇치만, 아내는 그 때 꼭 입고 싶었던 옷을 입지 못한 것 때문에 결혼식 이야기가 나오면 다시 한번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아쉬운 표현을 되새길질 하고는 한다.

 

또한 신부화장 문제 때문에도 아내와 실랑이를 벌이고는 했다. 나는 그냥 화장하지 말고 맨얼굴로 결혼식을 치루자고 한 반면에 아내는 화장은 해야 한다고 맞선 때문이다. 그런데 드레스를 빌려 주는 곳에서 신부화장까지 공짜로 해준다고 하니, 못이기는 척 승낙을 하였던 것이다.

 

우여곡절끝에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결혼식 당일 나와 친구들은 풍선을 직접 사서 만들기 시작 하였고 하객들은 하나둘 오기 시작하였다. 결혼식 음악은 전에 음악을 하던 친구의 소개를 받아 전자올갠을 치는 사람을 일당을 주고 섭외를 하였다. 그리고 사진은 친구들이 그냥 자동카메라로 찍도록 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애물단지로 변하는 결혼식 사진은 불필요한 낭비일 뿐이라고 생각 하기 때문이였다. 물론 사진사를 부를 만한 여유도 없었기 때문에 그런 변명을 하는 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신부화장과 드레스값을 합쳐서 30만원짜리인  웨딩 드레스..

 신혼여행지인 무창포해수욕장

 

결혼식 주례는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근무하시던 나의 국민학교 담임선생님[손중찬]으로 모셨다. 최고의 말썽장이 였던 나를 바르게 가르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고, 고생을 많이 하셨던 분이셨다. 나를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함께 죽자" 라고 까지 하셨을까?... 그런 은혜를 입은 선생님을 평소에는 찾아 뵙지도 않다가 결혼식 주례를 서달라고 부탁을 하였으니 얼마나 못된 제자인가..

 

결혼식 시간은 12시로 정하였는데, 준비가 되지 못하다 보니 어느덧 2시가 되어서야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아무리 시간을 끌어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으니 이보다 자유로운 결혼식이 어디 있을손가?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자랑도 아니여서 그냥 친했던 친구들 몇명과  친지들에게만 알려서 조용하게 치루었다. 친구들과 뒷풀이를 하고, 신혼여행[?]은 홍성에서 단칸방에 살던 때 주인집 할머니와 신앙의 은혜를 입은  대천의 유원상 선생님을 만나 뵙는 것으로 대신 하기로 하였다.

 

두 분을 찾아 뵙고, 무창포해수욕장으로 가서 잠자리에 들고 바닷가를 거닐다가 돌아 왔다.

 

그런데 얼마후 지금은 운명을 달리한 고최진실씨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자 내 아내는 자신의 결혼식과 비교하면서  너무도 부러워 하였었다. 너무 초라 한 결혼식이였다고 생각이 들었나 보다. 그런 내색을 하는 아내를 보면서 " 저게 올바른 일이냐? 성대한 결혼식을 치루느라 허비하는 저 많은 돈을 차라리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합당한 일이 아니냐? 라면서 아내를 야단쳤다. " 남들에게 상실감을 주고,  질투를 일으키며 자기자신만을 위하는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결혼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거야" 라면서  머지 않아 최진실 부부가 헤어질 지도 모르니 부러워 할 것이 못된다고 하였었다. 나의 그 말이 씨가 되었는지 그들은 몇년 못가서 헤어졌고 최진실씨는 자살을 하였다.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마냥 올리는 결혼식이 오히려 더 어리석은 결혼식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아내는 나와는 생각하는 바가 다른가 보다.

 

그래도 약속대로 10만원짜리  전자렌지를 사주자 살림이 편안해 졌다고 좋아 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인간이란 시간이 지나면 지난 일들을 잊어 버리는 망둥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 비용으로 들어간 돈은 양복 9만원과 신부화장과 드레스비용30만원 올갠치는 비용 10만원 결혼반지값 2만9천원 그리고 아내의 투피스 몇만원이 전부 인 것 같다. 물론 신혼여행비와 선물값 자동차 기름값으로  한 20여만원 정도 사용한 것 같다.그리고  풍선값 몇만원이 전부인 것같다. 단상과 의자는 다니던 회사에서 빌려 왔다.  결혼식 후 웨딩카는 10년정도된 티코 였다. 친구들이 차를 빌려 준다고 하였지만, 남의 것을 빌리는 것은 나의 마음의 자유를 속박당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거부하고, 그냥 내가 타던 티코를 타고 신나게 달려서 신혼여행길에 오른 것이다. 결혼식 비용으로 많은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 식견으로는 참으로 어리섞은 짓을 저지르는 사람들로 보인다.

 

 

아쉬운 점은 좀 더 치밀한 계획과 구상을 가지고 결혼식 준비를 하면 뭔가 뜻이 있으면서 재미도 더할 수 있는 결혼식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냥 무의미하게 형식에 따라 치루는 결혼식이 아닌 기억에 남는 감동과 추억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깊이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