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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희 인생칼럼

에미 ㅡ단편소설ㅡ 김형희 단편소설ㅡ

by 골동품나라 밴드 리더 2024. 12. 14.
에미   ㅡ단편소설ㅡ  김형희 단편소설ㅡ

 

 


어둠이 짙게 깔린 도시 한가운데 번쩍거리는 네온사인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그녀는 얼굴을 들어 붉은조명 간판을 바라보았다 여왕벌 이라는 글자가 쓰여져 있다 ㆍ스져지나가듯이  옛시절이  떠오른다  30년 전에도 이 도시에는 여왕벌이라는 맥주집이 있었다

어린 나이에 집을 나와 오 갈 데가 없었던 그녀는 친구들과 그 술집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집안이 풍족하던 가정에서 태어나 귀여움과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라던 그녀는  항상 업혀 자라서 다리가 벌어져 팔자걸음을 걸었는데  친구들은 그런 걸음걸이를 보면서 뒷말도 하고 대놓고 약을 올리기도 하였다    그런 그녀가  부모님이 갑작스럽게 사고로 돌아가시면서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는데 할머니는 한창 멋을 부리는  사춘기  나이였던  손녀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싸구려 옷가지들 만 사가지고 오시거나 주변에서 얻어서  손녀에게 주었다ㆍ

 할머니가 미워서 손녀딸은 자주 할머니와 싸웠다 애지중지 소중하게 자라온 그녀는 할머니에게도 반말을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신경질을내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결국은 할머니와 싸우고 집을 나와 버리고 먼저 가출해서 생활하던 그녀의 친구들과  어울려서 여왕 벌이라는 술집에서 남자들에게 술을 따라주고 술을 마시면서 팁을 받고 생활을 하였다ㆍ

30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그때의 간판 이름과 똑같은 여왕벌이라는 술집 안으로 들어가던 그녀는 인생의 굴레 앞에 갑자기 숨이 막혀 왔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생각을 오래 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머리를 가로저으며  똑똑  노크를 하고 문을 열고 룸 안으로 들어갔다

착 달라붙는 반라의  미니스커트를   입고  그녀는 낯선 남자 앞에 미소를  띄으며 똑바로서 있었다  ㆍ 그녀를 쳐다보던 남자손님은  옆에 앉으라는 손짓을 하였다 

"" 오빠 반갑습니다 술한잔 받으세요  "  술잔을 들어 술을 받으면서 그 남자를 바라보던 그녀는 멈칫 당황하는 얼굴이 되었다  ㆍ 남자도 그녀를 본 순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 혹시 나를 만난 적이 있나 "  "네 오빠  저도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  같은데요 " 

아 !  그녀는  남자가 누구인지 생각이났다 30년 전 어릴 때 같이 어울려서 놀던 남자 친구였다  서로 좋아하거나 사귄 적은 없지만 나름대로 도도하게 콧대를 높이며 행동하던 그녀와 달리 이 남자는 말 없이 친구들을 지켜보던 친구였다

그녀의 친구들이 같은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려 사귀거나 함께 돌아다닐 때 그녀는 대학생들과 미팅을 하고 어울려 지냈다 가진 돈이 없어서 멋을 부리지 못했지만 할머니에게 투정을 부리고 화를 내면서 할머니가 감춰둔 비상금을 주면 그 돈으로 예쁜 옷을 사 입고 메이커 신발과 가방을 샀다

그리고는 자신이 대학생인 것처럼 속여서 대학생들을 만나 사귀었다 대학생들은 그녀가 대학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냥 속아 넘어가  주면서 그녀와 어울려 놀았던 것이다  그냥 잠시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던 것인데 그녀는 대학생들 하고 사귄다고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꼿대를  높이며 떠벌리고 돌아다녔다

어릴때  그녀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기만던   순진했던  이 남자가  삼십여년이  지나  오늘 여왕벌 술집에 손님으로 온 것이다 

" 그동안 어떻게 살았니 " 남자의 물음에 " 응 반가워 인생 사는게 다 그렇지 뭐 내 맘대로 잘 안 되더라 힘들게 살고 있어  그러니까 이런 곳에서 만나지 "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술을 한두 잔 걸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모두 털어 놓았다

결혼 상대자를 만나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그 남자가 유부남이였다는 것과  결혼식을 올리고 나서 몇 개월 후에 본 부인과 자식에게 돌아갔고 그녀는 그 남자의 아이를 출산 하고 혼자 키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서 아이는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었는데 학교에서 껌 좀 씻고 침 좀 뱉는 일진이라는 것이었다 엊그제도 학교에 불려 갔는데 아이들을 때려서 선생님들한테 싹싹 빌고 왔다고 하였다

하나밖에 없는 딸 자식을 애지중지 모든 걸 원하는 대로 다 해주면서 키웠는데 자기밖에 모르는 아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메이커있는  패딩을  사 주지 않았다고 해서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다 집어던지고 욕을 하면서 집을 나갔다고 하였다ㆍ

남자는 왜 그렇게 아이를 잘못 키웠냐고 말을  하였는데  그녀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라고 말을 하였다 딸 자식 원하는 대로 해 주지 않으면 집을 나가 버리고 화를 내고 다 때려 부수고하니 딸이 원하는 대로 해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며 그나마 딸이 원하는 대로 해 주면 딸이 유순하게 행동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머릿속엔 온통 딸자식이 원하는 유명 메이커 패딩을 사 주고 싶은 생각 밖에 없는데 그래서 마음이 조급하다고 하였다    "혹시  미안하지만   나에게 돈을 100만 원만 빌려 줄 수 있니  "  라고 그녀가 어렵사리 말을  꺼냇다

"  너의 그런 행동이 딸의 인생을 망치고 가정을 파괴한다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니 "

그녀는 지금에 와서 해 주지 않는다면 딸아이가 더 나쁘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어쩔 수 없다라고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두 사람은 때론 웃기도 하고 때로는 한숨을 쉬면서 술잔을 나누었고 술이 거나하게 취하자 서로 한 몸이 되었다  남자는 돈을 그냥 줄 수는 없고 그만한 희생을 따르라고 하면서 그녀의 옷을 벗겼다


딸 자식 때문에 딸이 원하는 메이커 옷을 사 주기 위해  친구 앞에서 발가 벗겨지고 그 남자의 거친 숨소리를 들어야 하는 자신의 모습 앞에서 갑자기 할머니 얼굴이 떠올랐다

할머니에게 욕을 하고 물건을 때려 부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온갖 행패를 부렸던 그 모습을 자신이 배 아파 해서 나온 딸아이가 똑같이   답습하고 있는것이다

그냥 눈물이 나왔다 할머니에게 미안해서 눈물이 나왔다 딸아이에게 미안해서 눈물이 나왔다 그리고 현실의 무게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비참하게 살아가야만 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너무 싫어서 눈물이 쏟아졌다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눈물은 떨어지고 거친 숨소리가 깨진 병으로 살이   깊게  베어지는 아픔처럼 느껴졌다 ㆍ에미는 이렇게 살고 있었고  그 딸도 이렇게 살런지 모르리라ㆍ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헤어지는 마음이야 아쉽웁지만 웃으면서 헤어져요"  반주기에서   음악이 울려퍼질때 그녀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손을 흔들고   방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