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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간짜장 사주세요!...

by 골동품나라 밴드 리더 2004. 6. 1.
간짜장 사주세요!...


우리집 둘째 아이가 몇칠째 짜장면을 사달라고 조르길래 큰맘먹고 사주었습니다. 딸랑 한그릇을 시킬수가 없어 제가 먹을 것도 함께 한그릇 시켰습니다.

짜장면이 비싸서 안사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별로 도움이 안되는  공해 식품이기에 먹이지 않는 것입니다. 일년에 한 두번 정도 사주는데 아이는 그 맛을 잊지못해 자주 생각날 때마다 조르는 것입니다.


아들에게 시키기전에 물어 보았습니다. 짜장면 먹을래 ? 간짜장 먹을래? 하고 말입니다. 아이는 '짜장면' 하고 대답합니다. 나는 ' 짜장면 보다 간짜장이 더 맛있는 거야 ! 간짜장 먹어라' 하고 제의 했지만 생전 간짜장을 먹어 보지 못한 아이는 그저 짜장면 밖에 모르는 것 같습니다.

어쩝니까? 간짜장보다 짜장이 좋다는데...아이의 의사를 높이 존중하여서 짜장 한그릇과 간짜장 한그릇을 시켰습니다.짜장을 앞에 놓고 입이 함지박만해진 아이가 간짜장 소스를 넣어 비비는 것을 보고는 왠지 부러운 눈치를 보이더군요..

오랜 바램과 요구끝에 이루어낸 짜장을 게걸스럽게 먹으면서도 간짜장을 먹는 나를 힐끔 힐끔 눈치를 봅니다.간짜장 한 젓가락을 아이에게 주면서 짜장과 간짜장 중 어느것이 더 맛있는가 비교 하여 보라고 했습니다.

번갈아 먹어본 대민이는 ' 야! 간짜장이 더 맛있다!' 하고 말하더군요. 아랑곳 하지 않고 저는 간짜장을 거의 다먹었습니다. 아주 조금을 남겨서 대민이에게 주었지요. 대민이는 짜장 한그릇을 거의 혼자서 다 먹었습니다.

누가 보면 몇칠굶긴 아이처럼 게걸스럽게 먹었습니다. 건디기 하나 남김 없이 아주 깨끗하게 완벽하게 비워 버렸습니다. 그리고도 내가 남겨준 간짜장까지 다 먹었습니다.

그런데  짜장면을 먹은지 십분쯤 지나서 ' 엄마 간짜장 한그릇 시켜 주세요!' 하고 조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애엄마는 기가차서 어이 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 보더군요..아이는 계속 조릅니다. 그러자 애엄마는 ' 너 혼자 다먹을 수있어 ' 하고 말합니다. 아이는 다 먹을 수있다고 대답하고 아이 엄마는 혼자서 열그릇을 먹을 수있어야 시켜 줄수 있다고 말합니다.

아이는 열그릇도 먹을 수있다고 시켜달라고 합니다. 애엄마는 짜장면집에 전화를 거는 시늉을 한 후 ' 열그릇을 다 먹지 못하면 아이를 데려가서 키운다고요?'라는 거짓 대화를 한후 아이에게 엄포를 놓습니다. 열그릇을 다 못먹으면 너를 데려간다고.....

 

 

아이는 한그릇은 먹을 수 있다고 말하는데 애엄마는 열그릇을 못먹으면 큰일난다고 하면서 끝끝내 아이의 요구를 묵살 시킵니다..

아이는 입맛을 다시며 언제일지 모르는 간짜장을 먹는날을 손꼽아 기대하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아이는 먹는것과 노는 것 아이다운 일에 온 정신을 팔며 세월을 보낼 것입니다. 아이가 어른의 수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간짜장을 마음대로 사먹을 수있는 어른이 하루라도 빨리 되고싶어 하면서.....나날이 성장할 것입니다.그리고는 먼 훗날엔 짜장이 아닌 다른 것에 관심을 집중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