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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오늘 조개를 잡으러 갔었습니다.

by 골동품나라 밴드 리더 2004. 8. 28.
오늘 조개를 잡으러 갔었습니다. 29

사실 조개를 잡으러 가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낚시를 하고자 갔던 것이였습니다. 작년 여름후가에 한번 쓰고 묵혀둔 낚시대를 가지고 가족들과 오랜만에 나들이를 가고싶었던 것입니다. 요사이는 택시를 그만두고 공공근로일을 하고 있습니다. 공해속에 오염된 몸과 운동부족으로 생긴 나약해진 심신을 다시 건강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한시적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당제이기 때문에 특별히 쉬는 날이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냥 집에 볼일이 있다는 핑게를대고 낚시를 가고자 길을 떠난 것입니다. 나쁨 사람이죠.특별히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그냥 차를 달렸습니다. 삽교천으로 갈까 아산만으로갈까 고민하다가 삽교천으로 길을 꺽고 나중에 도착한 곳이 대산이라는 곳에 가기전에 있는 한적하고 조그만한 장고항에 도착했습니다. 갯벌이 보이는 것이 조개도 잡겠다싶어 호미를 샀습니다. 일요일인지라 사람들이 많이 왔더군요.열심히 조개와 고동을 잡고 있더군요.

우리가족들도 함께 섞여서 조개를 잡았습니다.굴도 따먹으면서.. 예전에 잡던 경험이 있으니 나와 아내는 잘 잡았지요. 아이를 데리고온 사람들이 아이의 옷이 갯벌에 흙이 묻을까봐 땅에 내려놓치를 못하고 무등태워져 있자니 아이와 부모의 실랑이가 벌어지나 봅니다. 아이는 땅에 내려와 구경하고 싶어하고 부모는 반대하고...그 모습을 보던 아내가 한마디 합니다.'애들을 갯벌에서 마음껏 뛰놀게 하지 않을바에 뭐하러 데리고 오지' 라고.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당신도 예전에는 저사람들과 별다를게 없었잖아' 라고.

우리집 둘째 아이는 갯벌에 고인 흙을 가지고 물탕을 튀기며 놀았습니다. 그 덕에 옷이 진흙으로 범벅이 되었지요. 정신없이 고동과 게를 잡던 아이들의 모습속에서 그들의 자연스러움을 훼방하는 것은 우리들의 특권이 될 수없다는 느낌이 듭니다. 자연은 점점 훼손되어가는데 마음껏 자연의 향기에 취하고 놀고 장난칠 곳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자연을 지키는 것이 한사람의 영혼을 구하는 것 보다 귀한 일이 될 수도 있다고 나는 감히 생각합니다...날씨기 추워 퉁퉁부은 손으로 고기를 잡고자 낚시대를 들이댔으나 한마리도 구경 못했습니다.

자연의 향락을 추구하고자 오염원을 끊임없이 배출하는 나의 모습은 바로 위선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입니다.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없습니다...